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2026년을 ‘로보택시 시대의 시작점’이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계 시장의 현주소와 비교하면 이러한 표현에는 단서가 필요하다.
구글 계열 웨이모는 미국 10개 이상 도시에서 무인 유상 운행을 주 50만회 넘게 제공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도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안전요원 없이 유료 차량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상용 무인 로보택시가 공공도로를 달린 사례가 아직 없다.
이처럼 큰 격차가 발생한 이유를 단순히 ‘엄격한 규제’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세계 자율주행 산업에서 진행 중인 구조적 변화와 일본 특유의 사정을 살펴본다.
주 50만회 운행하는 웨이모…백지화된 일본의 핵심 사업
웨이모의 유료 탑승 건수는 2024년 5월 주 5만회에서 2026년 주 50만회로 10배 늘었다.
지난 2월에는 160억달러를 조달하면서 기업가치가 약 1,260억달러에 도달했다. 자율주행 기업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웨이모는 연내 주 100만회 운행을 목표로 내세웠다. 지난 7월에는 샌디에이고와 라스베이거스 등 4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새로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로보택시 사업의 상징으로 꼽혔던 것은 혼다가 미국 GM 및 GM크루즈와 함께 2023년 발표한 계획이다. 전용 차량 ‘크루즈 오리진’을 이용해 2026년 초 도쿄 도심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GM이 2024년 크루즈 사업을 재검토하면서 핵심이었던 전용 차량 개발 자체가 중단됐다. 이에 따라 해당 계획은 사실상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혼다가 채용 공고 등을 통해 물밑에서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는 정황은 확인된다. 하지만 공식적인 사업 재개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 빈자리를 대신해 닛산과 영국 웨이브, 미국 우버 등 3사가 닛산 리프를 기반으로 2026년 하반기 도쿄에서 무인주행 실증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웨이모도 일본교통 및 GO와 손잡고 2025년 4월부터 도쿄 도심 7개 구에서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다만 현재는 운전자가 탑승하고 있으며 무인 서비스 개시 시점도 정해지지 않았다.
결국 일본의 ‘로보택시 시대의 시작점’을 이끌 후보들은 당초 주역이 퇴장한 뒤 새로운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다시 출발하는 상황에 놓였다.
‘두뇌’와 ‘차체’가 분리되는 세계
세계 로보택시 시장에서는 자율주행 AI에 해당하는 ‘두뇌’와 차량인 ‘차체’를 서로 다른 기업이 개발하는 분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웨이모의 최신 차량 ‘오하이’다. 웨이모는 이 차량에 중국 지리자동차그룹 산하 지커의 전기차를 채택했다.
차체는 스웨덴에서 설계하고 중국 닝보에서 생산한다. 이후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에서 웨이모가 자체 개발한 센서를 장착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세 및 규제 틈새를 활용해 비용 효율성이 높은 차량을 확보한 셈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2026년 1월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로보택시는 2035년까지 70만∼300만대 규모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성장 초기에는 규제와 기반 시설이 갖춰진 미국과 중국이 시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됐다.
BCG는 로보택시 사업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1만5000∼2만대의 차량을 10∼15개 도시에 배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수익을 내기까지는 약 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차량 대수와 서비스 도시를 얼마나 빠르게 확대하느냐가 향후 경쟁의 승패를 가르는 구조다.
이러한 흐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 토요타다.
토요타는 중국 자율주행 기업 포니AI와 협력해 2026년 2월부터 bZ4X 기반 로보택시 차량을 광둥성에서 양산하기 시작했다. 연내 중국 시장에 약 1000대를 투입할 계획이다.
포니AI는 연말까지 보유 차량을 3000대 이상으로 늘리고 진출 도시를 전 세계 20곳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토요타는 중국 시장을 무대로 로보택시 수평 분업 체계에 이미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내 상용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대비된다.
규제나 ‘택시 1000만대 문제’보다 오래 걸리는 사회적 합의
일본은 2023년 4월 법 개정을 통해 자율주행 레벨4를 허용했다. 후쿠이현 에이헤이지정의 자율주행 버스처럼 제한된 구역에서 운행하는 서비스도 이미 시작됐다.
제도적 장벽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로보택시만 특별히 규제에 가로막혔다기보다 사업자의 차량 확보와 사회적 합의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측면이 크다.
관련 쟁점으로는 승차공유 규제 논의가 있다.
2026년 6월 일본 정부 규제개혁추진회의는 승차공유 전면 허용과 관련해 해외 사례와 지역 수요를 고려해 필요한 조치를 추진하겠다는 수준의 답변을 내놓았다.
국토교통성과 자민당 전국하이어(예약제 택시)·택시연합회이 전면 허용에 계속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규제 개혁의 정체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택시 업계에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일본의 택시 운전자는 2004년 말 약 40만명에서 2022년 말 약 24만명으로 줄었다. 심야와 주말을 중심으로 인력난이 심각하다.
전국택시·대여차연합회 등은 성급한 규제 완화가 안전성 저하와 기존 사업자의 경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로보택시 역시 차량 확보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사업자가 경쟁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규제 강화를 단순히 ‘기득권 보호’로만 봐서는 안 된다. 운전자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신규 사업자 진입에 대한 신중론이 충돌하는 상황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분석가 오기노 히로후미는 로보택시 경쟁력에서 무인주행 데이터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로보택시의 경쟁력은 차량의 완성도보다 무인주행 데이터를 얼마나 축적했느냐에 좌우된다.”
그는 일본이 실증실험 단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선두 기업을 따라잡기 위한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웨이모와 중국 기업들은 수백만마일에 달하는 데이터를 쌓고 있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여전히 실증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어 토요타의 중국 시장 진출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후발주자가 따라잡는 데 필요한 비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비선형적으로 증가한다. 토요타가 중국 시장에서 데이터와 노하우를 확보하는 것은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교통정책연구소의 이와타 도시마사는 택시와 승차공유 업계의 신중론을 기득권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택시와 승차공유 업계의 신중론을 단순히 기득권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성급하다.”
운전자 부족을 해결하지 않은 채 규제 완화를 서두르면 지방의 교통 문제가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운전자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방치한 채 규제 완화를 서두르면 지방의 교통 공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이어 규제 당국의 조정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 당국에는 명확한 안전 기준과 신규 사업자 진입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능력이 요구된다.”
시작했다는 의의보다 중요한 데이터와 합의의 속도
‘로보택시 시대의 시작점’이라는 표현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일본 모빌리티 업계가 실증실험에서 실제 서비스로 한 걸음 나아가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 시장은 이미 실증실험에서 양산과 수익화 단계로 이동했다. 차량 개발 중단이라는 돌발 변수 하나로 핵심 사업 전체가 멈추는 일본 계획의 취약성도 드러났다.
앞으로의 경쟁을 좌우하는 요소는 규제 찬반을 둘러싼 대립만이 아니다.
차량 확보와 운행 데이터, 보험 제도, 택시 업계와의 합의 등 여러 조건을 얼마나 빠르게 갖추느냐가 중요하다.
BCG의 지적처럼 로보택시 보급은 사업자와 자동차 제조사, 인프라 기업, 규제 당국, 소비자의 협력에 달려 있다.
일본이 ‘로보택시 원년’이라는 말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는 앞으로 1∼2년 동안 보여줄 실행력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