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5월, 토요타자동차가 렉서스 브랜드의 차세대 전기차 LF-ZC 양산 개발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LF-ZC는 2023년 재팬 모빌리티 쇼에서 차의 미래를 바꾸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세계 최초로 공개된 모델이다.
기가캐스트, 차량용 운영체제 Arene, 1,000km 주행거리를 목표로 한 차세대 배터리 등 토요타의 첨단 기술을 집약한 상징적인 모델이었던 만큼, 업계에는 적지 않은 충격이 퍼졌다.
비슷한 시기 혼다도 더 무거운 현실과 마주했다. 혼다는 2026년 3월기 결산에서 최종 손익이 적자로 전환될 전망이라고 발표했고, 최종 적자 규모는 4,000억 엔을 넘었다. 이는 1957년 상장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주요 원인은 북미 시장을 겨냥해 개발하던 신형 전기차 Honda 0 시리즈의 세단과 SUV, 그리고 아큐라 브랜드의 전기차 RSX 개발 중단에 따른 손상차손과 특별손실이다. 2026년도와 2027년도를 합친 손실 규모는 최대 2조 5,000억 엔에 이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2040년까지 신차 전부를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로 전환한다는 목표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렵다는 인식을 보였다.
6월 2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회사가 제안한 11명의 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됐지만, 주주들 사이에서는 미베 사장의 경영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왔다.
두 회사의 발표만 보면 일본차의 전기차 패배라는 표현이 떠오르기 쉽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철수라기보다, 세계 전기차 수요의 변화 흐름을 반영한 냉정한 전략 수정에 가깝다는 점이 드러난다.
■ 토요타가 멈춘 것은 차종이지 기술이 아니다
토요타의 설명에 따르면 LF-ZC 개발 중단의 직접적인 배경은 미국 전기차 판매 둔화와 쿠페형 세단 수요 축소다. 여기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구매 지원책 중단, 유럽연합의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방침 사실상 후퇴 등 주요 시장의 정책 환경 변화가 깔려 있다.
미국 관세 부담도 상당하다. 토요타는 2026년 3월기 결산에서 관세 영향만으로 1조 3,800억~1조 4,500억 엔 규모의 감익 요인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5% 감소한 3조 7,662억 엔을 기록했고, 매출은 늘었지만 이익은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중요한 점은 토요타가 중단한 것이 LF-ZC라는 특정 차종이지, 여기에 들어간 기술 개발 자체는 아니라는 점이다. 토요타는 기가캐스트, 전고체 배터리, Arene OS 등 핵심 기술 개발은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기술 담당 나카지마 히로키 부사장은 LF-ZC 개발 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이 후속 차종에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수요가 큰 SUV형 모델 등에 개발 자원을 돌리는, 일종의 차종 정리 성격이 강하다는 뜻이다.
토요타는 오래전부터 전기차에만 의존하지 않고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차를 함께 개발하는 멀티 패스웨이 전략을 내세워왔다.
2026년 3월기 결산에서도 전동화 차량 비율은 56.7%에 달했지만, 대부분은 하이브리드차가 차지했다. BEV, 즉 순수 전기차는 243만 대로 전체 안에서는 여전히 소수에 머물렀다.
수요 예측이 어려운 순수 전기차에 과도하게 치우치지 않고, 수익의 핵심인 하이브리드차로 벌면서 차세대 기술을 키우겠다는 기본 방향은 이번 판단에서도 바뀌지 않았다.
■ 혼다는 왜 전 차종 전기차 전환을 서둘렀나
혼다는 2021년 2040년까지 사륜차 수출량 전부를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엔진 기술을 강점으로 삼아온 혼다가 탈엔진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목표는 수요 전망이 확실하지 않은 단계에서 과도한 선행 투자를 불러온 측면이 있다.
2026년 3월 발표에 따르면, 북미 시장을 주력으로 상정했던 신형 전기차 3개 차종 개발 중단에 따라 자산 폐기와 손상 비용 등으로 최대 1조 3,000억 엔 규모의 손실이 2026년 3월기에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바이든 전 행정부가 도입한 전기차 구매 지원책, 즉 7,500달러 세액공제가 폐지됐고,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한 배출가스 규제의 향방도 불투명해졌다.
혼다에게 북미는 사륜차 사업의 수익 핵심 지역이다. 이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둔화된 것은 경영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미베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대로 양산과 판매 단계로 넘어가면 장기적으로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조기에 손실을 확정해 출혈을 막기 위한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영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자신을 포함한 경영진의 보수를 일부 반납하는 조치도 발표했다.
혼다는 2026년도와 2027년도를 실적의 저점으로 보고, 2028년도 이후 수익 회복을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 유럽과 미국 업체들도 같은 흐름에 있다
전기차 전략을 멈춰 세우거나 수정하는 것은 일본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유럽 업체를 봐도 메르세데스-벤츠는 2030년까지 시장 환경이 허락하는 한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사실상 거둬들였다. 대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와 내연기관차 판매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도 공장 재편과 인력 감축을 동반한 전기차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와 포드 역시 전기차에서 하이브리드차로 개발의 무게중심을 일부 옮기고 있다.
다만 전기차 시장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럽에서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다시 도입한 국가도 있고, 2026년 들어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하는 지역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는 신에너지차 비율이 신차 판매의 절반 가까이에 이르렀고, BYD 등 중국 업체들은 해외 진출을 가속하고 있다.
즉 세계 전체로 보면 전기차 전환이 완전히 멈춘 것이 아니라, 지역별 온도 차를 보이며 예상보다 느린 속도로 보급되는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는 편이 현실에 가깝다.
■ 철수가 아니라 전략적 재조정
토요타의 LF-ZC 개발 중단과 혼다의 대규모 손상차손은 겉으로 보면 전기차에서 뒤처진 일본차의 고전처럼 보이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변화라는 공통된 시장 환경 속에서 각 회사가 투자 시점과 규모를 다시 조정하고 있는 측면이 크다.
토요타는 기술 개발을 이어가면서 투입 차종을 좁히고 있다. 혼다는 손실을 조기에 확정한 뒤 수익 기반을 다시 세우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의 초점은 각사가 남겨둔 기술력을 언제, 어떤 모델로 시장에 투입할 수 있느냐다.
하이브리드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로 당장의 수익을 확보하면서, 전고체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즉 SDV 같은 차세대 기술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중요해졌다.
전기차 경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단기 속도전에서 장기 체력전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