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지미디어홀딩스와 SBI홀딩스가 6월 26일 미디어·콘텐츠 분야에서 전략적 자본·업무 제휴를 위한 협의와 검토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많은 보도는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 지식재산권(IP)의 해외 전개 등 협업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제휴를 단독 사안으로만 보면 본질을 놓치기 쉽다. 일본 지상파 방송의 광고 모델이 구조적으로 축소되는 가운데, 주요 방송사들은 자사 울타리를 넘어 다른 업종과 손잡는 방식에서 생존 전략을 찾고 있다.
니혼테레비는 스튜디오 지브리를, TV아사히는 KDDI를, TBS홀딩스는 부동산을 각각 돌파구로 삼아왔다. 그중 후지미디어홀딩스가 선택한 상대는 금융 그룹 SBI였다. 후지미디어홀딩스가 왜 금융을 선택했는지, 다른 방송사들의 선택과 비교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일본 주요 방송사들이 선택한 생존 전략
(1) 닛테레×스튜디오 지브리: 콘텐츠로 승부
니혼테레비는 콘텐츠 자체를 끌어안는 전략을 택했다. 2023년 9월 니혼테레비는 스튜디오 지브리 주식을 취득하고, 의결권 기준 42.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지브리를 자회사화했다.
계기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의 고령화에 따른 후계 문제였다.
순수한 사업 전략이라기보다 오랜 신뢰 관계가 바탕에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니혼테레비는 세계적으로 평가받는 IP를 그룹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강점은 압도적인 콘텐츠 파워다. 다만 수익화 방식은 여전히 광고와 배급, 스트리밍이라는 기존 모델의 연장선에 있어 제작비 상승과 흥행 변동에 실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약점도 남아 있다.
(2) 테레아사×KDDI: 통신 인프라와 결합
TV아사히는 통신 인프라와 연결되는 전략을 택했다.
TV아사히와 KDDI는 2019년 말 동영상 스트리밍 회사 TELASA를 절반씩 출자해 설립했고, 2020년 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5G 시대의 동영상 서비스를 통신사와 함께 선도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다만 KDDI 역시 NTT도코모, 소프트뱅크와 통신·스트리밍 경쟁을 벌이는 입장인 만큼, 통신사 쪽 경영 판단에 방송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은 계속 따라붙는다.
(3) TBS홀딩스: 부동산으로 수익 확보
TBS홀딩스는 부동산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키우고 있다. TBS홀딩스는 미쓰비시지쇼와 함께 본사가 있는 아카사카역 앞 일대를 재개발하는 아카사카 2·6초메 지구 개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 계획은 지상 40층, 높이 약 206m의 오피스동과 지상 18층, 높이 약 100m의 극장·호텔동으로 구성되며,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방송 수입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사업은 TBS홀딩스의 이익을 떠받치는 큰 축이 됐다. 한 회계연도 결산에서는 미디어·콘텐츠 사업과 부동산 사업의 합계가 연결 영업이익의 85%를 차지하기도 했다.
경영 안정성은 높지만, 미디어 사업 자체의 성장성이라는 관점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후지미디어홀딩스는 왜 금융을 선택했나
후지미디어홀딩스가 선택한 상대는 종합 금융 그룹인 SBI홀딩스다. SBI그룹은 이미 후지미디어홀딩스 주식의 약 7%를 그룹 전체로 보유한 대주주다.
양측의 관계는 2005년 닛폰방송 주식 인수 논란 당시 기타오 요시타카 SBI 회장 겸 사장이 후지 측을 지원했던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 제휴에서는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 IP의 글로벌 배급에 더해 SBI가 조성을 추진하는 1,000억 엔 규모의 미디어·IP 투자 펀드에 후지미디어홀딩스가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핵심은 왜 후지미디어홀딩스가 콘텐츠를 직접 사들이거나 보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금융 구조를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느냐에 있다.
SBI 측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번 구상은 단순히 금융으로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SBI네오미디어홀딩스는 IP의 창출부터 제작, 발신, 확산, 수익화, 팬 커뮤니티 형성까지 한 번에 지원하고, 이를 금융 서비스와 투자 기능, Web3 기반과 연결해 감정 경제권이라는 새로운 경제권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니혼테레비처럼 IP 자체를 그룹 안에 보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금융 구조를 통해 팬과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들이고 그 수익을 다시 순환시키는 방식이다.
콘텐츠의 소유자가 아니라 플랫폼 운영자에 가까운 위치를 지향한다는 점이 다른 방송사와의 결정적 차이다.
■ 행동주의 투자자 압박 속 떠오른 경영권 방어 카드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부분은 후지미디어홀딩스의 어려운 경영 환경이다. 후지미디어홀딩스는 2026년 3월기 87억 엔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08년 인정방송지주회사로 전환한 이후 첫 적자다.
한편 무라카미 요시아키가 관여하는 투자회사 레노와 미국 달튼 인베스트먼트 등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부동산 자회사 산케이빌딩의 분리를 반복해서 요구해왔다. 후지미디어홀딩스의 PBR, 즉 주가순자산비율은 1배를 밑도는 수준에서 움직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에 대한 중요 제안을 하지 않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관계를 강화하는 SBI와의 제휴는 외부 자본의 경영 개입 압력에 대한 완충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오다이바 토지와 보유 주식 등 자산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후지미디어홀딩스 입장에서는 금융 시장 경험이 풍부한 SBI를 안정 주주로 맞이하는 것이 다른 행동주의 투자자에 대한 견제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 지방은행 다음은 지방 방송국인가
SBI가 지방은행과의 제휴에서 쌓은 경험도 주목할 부분이다.
SBI는 2019년 이후 제4의 메가뱅크 구상을 내걸고, 시마네은행과 후쿠시마은행 등 일본 전역 9개 지방은행과 자본·업무 제휴를 맺었다. '지역에서 전국으로'라는 구호 아래 지방 금융기관의 디지털화와 광역 네트워크화를 지원해왔다.
SBI식 방식은 모든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역할을 하며 지역 금융기관을 느슨하게 묶는 분산형 연합체에 가깝다.
후지네트워크시스템은 일본 전역에 계열 방송국을 둔 네트워크다. 인구 감소와 광고 시장 축소로 경영 기반이 약해지는 지방 방송국도 적지 않다.
SBI가 지방은행 제휴에서 다듬어온 느슨한 연합을 통한 재생 모델이 지방 방송 네트워크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는 향후 주목할 대목이다.
현재 양측은 그 단계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SBI의 기존 사업 전개 방식을 고려하면 앞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 쟁점이다.
니혼테레비와 TV아사히는 각각 콘텐츠와 통신 인프라라는 미디어의 연장선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 TBS홀딩스는 부동산이라는 본업 외 안정 수익원으로 경영을 지탱하고 있다. 반면 후지미디어홀딩스는 미디어 사업의 구조 자체를 금융 플랫폼과 다시 연결하려는 선택을 하고 있다.
가장 자존심을 건 선택을 한 곳은 후지미디어홀딩스일지도 모른다. 금융 전문가인 SBI와 관계를 깊게 하는 것은 콘텐츠 제작과 미디어 경영의 주도권 일부를 외부에 맡기는 위험과 맞닿아 있다. 한 걸음 잘못하면 미디어의 주도권을 금융 자본에 넘겨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상파 모델의 축소 속도를 고려하면, 기존 틀에 머무르지 않는 선택이 오히려 생존의 지름길이 될 가능성도 있다. 방송사들의 이종 업종 제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앞으로의 사업 전개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