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상공리서치(TSR)가 2026년 7월 공개한 데이터가 방범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조용한 화제가 되고 있다.
전국 주요 방범 관련 기업(보안 장비 제조·판매 등을 담당하는 기업) 가운데 5년 연속으로 실적 비교가 가능한 742개사를 분석한 결과, 2025년 최종 이익 합계는 196억엔으로 전년 대비 23.7% 증가했다.
매출 합계 역시 4,405억엔으로 전년 대비 6.0% 늘어나며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2021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약 20%, 최종 이익은 무려 34.2% 증가한 셈이다.
많은 산업이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왜 방범 업계만 이처럼 뚜렷한 수익 개선 흐름을 만들 수 있었을까.
표면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2026년 5월 도치기현에서 발생한 강도 살인 사건을 비롯해 인터넷를 통해 모집된 범죄자들이 저지르는 강도 사건이 잇따르면서 사회 전반의 방범 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2025년 침입 절도 인지 건수는 4만7233건으로 전년 대비 9.8% 증가했다.
이 가운데 주택 대상 범죄는 1만7152건으로 7.2% 늘었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 약 47건의 침입 절도가 발생한 셈이다.
하지만 '사건이 늘어나면서 방범 제품 판매가 증가했다'는 단순한 수요 증가만으로는 매출 증가율(6.0%)을 크게 웃도는 이익 증가율(23.7%)을 설명하기 어렵다.
인력 부족과 원재료 가격 상승이 기업 경영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왜 방범 업계는 높은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을까.
그 배경에는 ▲시장의 중심 변화 ▲비즈니스 모델 진화 ▲인력 부족을 활용한 DX라는 세 가지 구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법인 중심'에서 '단독주택·일반 가정'으로 확대된 시장
기존 방범 시스템의 주요 고객은 오피스 빌딩, 상업 시설, 고소득층 주택 등이 중심이었다.
일반 단독주택에서 방범 카메라나 보안 시스템은 '있으면 안심되는 선택 품목'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택배 기사나 점검 업체를 가장해 주택에 침입하는 등 강도 범죄 수법이 다양화·흉포화되면서 이러한 구조가 바뀌었다.
“모르는 사람이 집에 침입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방범 의식이 낮았던 일반 가정까지 확산되면서 방범 필름, 스마트 도어록, 설치형 센서 조명 등 개인용 보안 제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 방범 장비 제조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법인 고객이 중심이었지만, 최근 1~2년 사이 단독주택 고객 문의가 확실히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징은 ‘사건이 발생한 뒤 경찰에 신고한다’는 생각보다 ‘애초에 침입하지 못하게 막는다’는 예방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고객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현관 보조 잠금장치나 창문 방범 필름처럼 비교적 저렴한 제품도 여러 개를 묶어서 도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인이라는 '규모는 크지만 고객 수가 제한적인 시장'에서 수천만 가구 규모의 '단독주택·일반 가정 시장'으로 중심이 이동한 것 자체가 업계 전체 매출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장비 판매'에서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
하지만 시장 확대만으로는 이익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넘어선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방범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변화다.
기존 방식은 카메라와 센서를 판매하고 설치하면 거래가 끝나는 ‘판매형 모델’이 주류였다.
한 번 판매하면 거래가 종료되고, 새로운 계약을 얻기 위해 다시 영업을 해야 했다.
가격 경쟁에 휘말리기 쉬워 높은 수익률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반면 최근 확대되고 있는 방식은 장비 비용과 월 이용료, AI 분석 기능, 정기 유지보수를 결합한 패키지형 구독 모델이다.
야노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24년도 일본 감시 카메라·시스템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2.8% 증가한 2254억엔을 기록했다.
특히 AI 기반 영상 분석(VCA)과 클라우드 카메라 서비스가 시장 확대를 이끄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스마트폰 앱으로 실시간 영상을 확인하거나, AI가 의심스러운 움직임을 자동 감지해 알려주는 고부가가치 서비스는 한 번 계약하면 해지율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매월 이용료가 누적되는 구독형 수익 구조는 단순 장비 판매보다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어 실적을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경제 저널리스트 이와이 유스케 씨는 “과거 방범 업계 수익 구조는 ‘판매하면 끝나는’ 플로우형 비즈니스였지만, 현재는 월 구독료 기반의 반복 수익 비중을 높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얘기했다.
유스케는 "한 번 고객이 되면 장비 수명을 넘어 장기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출보다 이익이 더 크게 증가한 핵심 요인이다”고 덧붙였다.
TSR 조사에서도 업계 관계자들은 실적 개선 배경으로 '최근 방범 의식 상승과 원자재·인건비 상승에 따른 가격 전가 확대'를 꼽았다.
가격 인상이 받아들여질 정도로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방범’의 우선순위가 높아진 점도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했다.
최대 걸림돌 ‘경비원 부족’을 역으로 활용한 DX
방범 산업의 성장 배경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인접 산업인 경비 업계의 심각한 인력 부족이다.
일본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경비업 유효 구인 배율은 6.70배로, 전체 직업 평균인 1.10배를 크게 웃돌았다.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거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겉으로 보면 이는 업계에 심각한 악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사람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술을 활용한 인력 절감과 자동화 투자가 빠르게 확대됐다는 측면도 있다.
한 명의 운영자가 수십 대의 카메라를 원격 감시하고, AI가 이상 행동이나 침입 징후를 자동으로 감지했을 때만 사람이 확인·대응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AI 감시+원격 경비’ 시스템은 상주 경비원을 배치하는 것보다 비용 부담이 낮은 경우가 많아, 경비 업체와 고객 모두에게 이점을 제공하는 솔루션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 경찰청은 2025년 12월 경비 업계를 대상으로 ‘노동력 절감 투자 촉진 플랜’을 마련하고 AI 카메라와 경비 로봇 등 자동화 장비 도입 지원에 나섰다.
후지경제 조사에서도 보안 기술을 활용한 DX 시스템·솔루션 시장은 2024년 1414억엔에서 2029년 2484억엔으로 75.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택, 제조 현장, 건설 현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확대가 예상된다.
한 경비 회사 경영자는 “사람을 채용하기 어려웠던 점이 결과적으로 회사의 수익 구조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비원을 배치하는 비용은 계속 증가하지만, AI 카메라와 원격 감시 센터를 결합하면 적은 인력으로 넓은 범위를 관리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도 상주 경비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경우가 많아 양쪽 모두에게 이점이 있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얘기했다.
방범 비즈니스는 일시적 ‘특수’에서 ‘사회 인프라’로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방범 산업의 좋은 실적은 단순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사회적 불안 증가에 따른 수요 확대, 구독형 모델 전환에 따른 수익 구조 변화, 인력 부족을 계기로 한 AI 원격 경비 확산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맞물린 결과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과제도 만들고 있다.
먼저 우려되는 것은 방범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사이의 ‘방범 격차’다.
월 구독형 서비스는 초기 비용뿐 아니라 지속적인 비용 지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구일수록 더 강력한 방범 대책을 마련하기 쉽다.
침입 절도와 강도 위험이 지불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사회 전체의 방범 수준 향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또 다른 문제는 기술 의존 자체가 가진 위험이다.
클라우드를 통해 영상을 확인하고 저장하는 시스템은 통신 장애가 발생하면 기능이 제한될 수 있다.
또 네트워크에 연결된 방범 카메라 자체가 사이버 공격 대상이 될 위험도 있다.
침입자로부터 주거와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장비가 다른 경로로 공격받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방범 업체들이 물리적 보안 성능뿐 아니라 통신 안정성과 사이버 보안 투자도 지속해야 한다.
강도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방범 산업의 성장은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소비자가 방범 서비스를 선택하는 데에도, 업계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