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디지털청이 추진하는 정부 공통 클라우드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존재감이 압도적으로 커지고 있다. 정부 공통 클라우드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시스템을 모으는 정부 공통 클라우드 기반이다.
디지털청 자료에 따르면 2026년 3월 31일 기준 일본 정부가 사용하는 정보 시스템의 약 85%가 AWS 위에서 가동되고 있다.
IT 전문 매체 보도에서도 최근 이용 비중이 90% 안팎에 이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느 쪽이든 AWS 독주라고 부를 만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현재 정부 공통 클라우드 인증을 받은 클라우드 서비스는 AWS, Microsoft Azure, Oracle Cloud Infrastructure(OCI), Google Cloud 등 4개 해외 서비스와 2026년 3월 일본 기업으로는 처음 모든 기술 요건을 충족해 정식 인증을 받은 사쿠라 인터넷의 ‘사쿠라 클라우드’까지 총 5개다.
제도상으로는 지자체와 중앙부처가 여러 선택지 중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압도적으로 선택되는 것은 AWS다.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라는 장점이 부각되는 가운데, 국가 핵심 정보 인프라를 특정 한 기업, 그것도 해외 기업에 맡기는 데 정말 위험은 없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정부 공통 클라우드가 가져오는 장점을 인정하더라도, 전문가들은 법적 통제 한계와 경제안보 측면의 과제를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 왜 AWS 독주가 됐나
정부 공통 클라우드의 목적은 그동안 부처와 지자체별로 따로 구축돼 유지 비용이 커졌던 칸막이형 시스템을 공통 기반으로 모아 비용 구조를 투명하게 파악하고 줄이는 데 있다.
일본의 디지털청은 클라우드 네이티브 설계에 맞춰 시스템을 현대화하면 인프라 조달·운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WS가 계속 선택되는 가장 큰 이유는 풍부한 실적과 기술 요건 대응 속도다. 정부 공통 클라우드 인증을 받으려면 가용성 99.9%, 데이터의 일본 내 보관, 복수 거점 분산, 일본 정부 정보 시스템을 위한 보안 평가 제도인 ISMAP 등록 등 350개가 넘는 엄격한 기술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2020년도 첫 공모에서 이를 충족한 곳은 AWS와 Google Cloud뿐이었다. 이후 Azure와 OCI가 뒤따랐고, 일본 기업인 사쿠라 클라우드가 요건을 완전히 충족한 것은 2026년 3월이었다. 수년의 개발 기간이 필요했던 셈이다.
이 같은 선점 효과가 실무에서 AWS를 선택하는 지자체를 계속 늘리는 구조를 만들었다.
■ 해외 기업 의존에 따른 법적 통제 한계
첫 번째 우려는 AWS가 미국 기업인 이상, 일본 안에 저장된 데이터라도 미국 법제도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의 클라우드법(CLOUD Act)은 미국 기업이 관리하는 데이터에 대해 저장 위치와 관계없이 미국 당국이 수사 목적으로 공개를 요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정부 공통 클라우드에서는 지자체 데이터가 보관되는 데이터센터의 위치를 도쿄와 오사카로 한정하는 계약상 장치가 있고, AWS도 해외로 무단 이전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미국 기업인 이상, 일본 정부가 법적으로 완전히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이 남는다는 우려는 사라지지 않는다.
여기에 미일 관계나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앞으로 서비스 제공이나 데이터 접근에 제약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일본 공공 시스템이 AWS에 쏠린 구조가 명확한 만큼, AWS 전체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발생할 경우 국가 기능이 동시에 마비될 수 있다는 집중 리스크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런 우려는 단순한 가정이 아니다. 2025년 10월 20일 AWS 미국 동부 버지니아 북부 데이터센터에서 대규모 장애가 발생했다. DynamoDB의 DNS 해석 문제에서 비롯된 장애가 몇 시간 동안 전 세계 서비스로 확산됐다.
일본에서도 닌텐도 온라인 서비스를 비롯해 다수 기업이 영향을 받았고, 경제 손실이 수천억 엔 규모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도 보도됐다. 2025년 4월에는 AWS 도쿄 데이터센터에서도 주 전원 차단에 따른 장애가 발생했다.
정부 공통 클라우드 위의 지자체 시스템이 직접 멈춘 것은 아니었지만, 특정 사업자에 의존하는 구조의 취약성을 보여준 사건으로 업계에서 다시 주목받았다.
■ 벤더 종속과 가격 협상력 약화
두 번째 위험은 이른바 벤더 종속이다. 시스템을 AWS 고유 서비스에 맞춰 최적화해 구축할수록, 향후 다른 클라우드로 옮길 때 데이터 이전 비용과 설계 변경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청도 벤더 종속 회피와 멀티 클라우드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이용 상황을 보면 AWS 의존도는 매우 높은 수준에서 이어지고, 이는 일본 정부의 가격 협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전문가는 한 기업이 90% 가까운 점유율을 쥔 상태가 계속되면 향후 가격 인상 요구에 대해 거부하고 시스템을 멈추겠다는 선택은 사실상 하기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쟁 환경을 유지하는 것은 단순한 원칙이 아니라 협상력 자체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무 측면에서도 이전 작업은 예상보다 난항을 겪고 있다.
디지털청이 2026년 2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표준화 대상 전체 3만 4,592개 시스템 가운데 이전이 완료된 것은 1만 3,283건으로, 완료율은 38.4%에 그쳤다. 기한을 맞추지 못한 지자체는 935곳에 달했다.
원인으로는 이전 작업에 예상보다 많은 시스템 엔지니어 인력이 필요했다는 점이 꼽힌다. 운영 비용에 대해서도 단순 이전만으로는 기존보다 증가할 수 있다는 추산을 디지털청이 직접 제시한 바 있다.
현대화하면 비용이 줄어든다는 설명과 현장 체감 사이에 차이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 일본 IT 산업의 공동화 우려
세 번째 쟁점은 일본 IT 산업 구조에 미칠 영향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불하는 클라우드 이용료가 일본 기업이 아니라 미국 기업으로 계속 흘러가면, 일본 내 IT 투자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
또 인프라의 핵심 기술을 내부 구조가 잘 보이지 않는 해외 클라우드에 의존하는 상태가 이어지면, 일본 엔지니어가 설정과 운영을 대신하는 역할에 머물고 핵심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역량이 자라기 어렵다는 우려도 IT 업계 일부에서 나온다.
물론 이는 일본만의 현상은 아니다. 세계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 자체가 AWS, Microsoft Azure, Google Cloud 상위 3개사가 60% 안팎을 차지하는 과점 구조다. 일본 정부 클라우드에서 AWS 비중이 두드러지는 것은 이런 세계적 과점 구조 위에 한 단계 더 편중이 더해진 모습으로 볼 수 있다.
■ 멀티 클라우드가 해법 될 수 있나
디지털청은 제도상 여러 클라우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클라우드 간 데이터 이동을 쉽게 하는 설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쿠라 클라우드의 인증도 그 흐름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실제로 2026년 4월 기준 인증 서비스는 5개로 늘어 선택지 자체는 넓어지고 있다. 다만 선택지가 마련되는 것과 실제 분산이 이뤄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닌,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다.
IT 전문가인 고다이라는 제도상 멀티 클라우드화와 현장에서 실제로 AWS 이외 서비스를 선택하는지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멀티 클라우드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인력, 운영 체계, 시스템통합업체의 대응력까지 포함하면 현장에서는 여전히 AWS가 가장 선택하기 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만이 아니라 조달, 교육, 인재 육성까지 포함한 정책이 필요하다. 일본 기업 클라우드의 기술 요건 충족이나 Azure, Google Cloud 활용을 뒷받침하는 정책적 인센티브가 없다면 현장의 AWS 독주는 당분간 바뀌기 어렵다고 말했다.
■ 편의성과 디지털 주권의 균형
정부 공통 클라우드가 가져오는 비용 절감, 운영 효율화, 보안 수준 향상이라는 장점은 크다. AWS의 기술력과 실적이 이를 뒷받침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구조 자체를 무조건 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일본 국가 정보 인프라의 약 85%가 하나의 해외 기업에 집중된 현재 상황은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대규모 장애나 지정학적 긴장이 발생했을 때 한꺼번에 위험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과거 AWS의 대규모 장애와 지자체에서 이어진 운영 비용 증가 지적은 그 예고 신호로 볼 수 있다.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위해 AWS를 적극 활용하는 것 자체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유사시에 대비한 대체 수단 없이 한쪽으로 집중을 더 키우는 것은 국가 정보 인프라라는 공공재를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편의성과 자국 데이터를 스스로 통제하는 디지털 주권 사이에서 일본 정부가 얼마나 실효성 있는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 정부 클라우드의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