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9일 중국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이좡에서 열린 제2회 휴머노이드 하프마라톤 대회에 70개 이상의 인간형 로봇 팀과 300대 이상의 로봇이 참가했다.
이 대회에서 중국 스마트폰 대기업 Honor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샨디엔이 자율주행 부문에서 50분 26초라는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작지 않다. 인간 남자 하프마라톤 세계 기록은 우간다의 제이콥 키플리모가 2026년 3월 세운 57분 20초다. 즉 두 발로 걷는 기계가 스스로 판단하며 계속 움직인 끝에 인간 최고 기록을 약 7분 앞선 셈이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충격은 기록 자체보다 진화 속도에 있다. 2025년에 열린 제1회 대회 우승 기록은 2시간 40분 42초였다.
불과 1년 만에 기록이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일반적인 산업 기술의 개선 주기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도약이다. 로봇업계에서는 이를 피지컬 AI 원년의 도래로 보는 인식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피트인이 드러낸 기술의 현재 위치
우승이라는 성과 뒤에는 현재 기술의 한계도 분명히 드러났다. 샨디엔은 대회 도중 배터리 교체와 드라이아이스 냉각, 이른바 피트인이 필요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고속으로 달리기 위해서는 관절을 움직이는 액추에이터, 즉 모터와 감속기가 평소보다 몇 배 높은 토크를 계속 내야 한다.
그 결과 모터 내부에는 막대한 열이 발생한다. 이를 방치하면 부품 손상이나 제어 회로 오작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승한 Honor의 로봇에는 강력한 액체 냉각 시스템이 탑재됐지만, 그럼에도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보조 냉각이 필요했다. 이는 현행 기술의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로봇 엔지니어인 아다치 유스케는 고출력과 열 관리의 균형이 피지컬 AI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대회에서는 출발 직후 넘어진 로봇이나 장애물에 부딪힌 로봇도 여럿 보였다. 연속 가동의 신뢰성 측면에서는 아직 과제가 많다.
자율주행으로 완주하는 것과 산업 현장에서 안전하게 24시간 작동하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큰 기술적 간극이 있다.
■ 피트인 없는 날은 올까
그렇다면 이러한 한계는 언제,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까. 에너지 밀도 혁신이라는 관점에서는 전고체 배터리의 실용화가 핵심으로 꼽힌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이고 발열 특성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해당 기술이 로봇 배터리에도 적용될 가능성은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냉각 기술에서는 액체 냉각 시스템의 소형화와 고효율화가 주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인간의 땀 배출을 모방한 생체모방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피부 표면의 수분 증발로 체온을 낮추는 원리를 공학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몸 표면에 작은 구멍을 만들고 냉매를 순환시키는 인공 발한 구조는 마라톤처럼 고부하가 오래 이어지는 작업에서 가장 효율적인 냉각 구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대체 왜 중국이 앞서가나
이번 대회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지점은 우승한 Honor가 로봇 전문 업체가 아니라 스마트폰 브랜드라는 점이다.
Honor는 2013년 Huawei의 서브 브랜드로 출발해 2020년 독립한 기업이다. 이 회사가 불과 몇 년 만에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스마트폰 산업에서 축적된 소형·고밀도 설계, 정밀한 열 관리, 대량생산 비용 관리 노하우는 휴머노이드 로봇 설계와도 연결된다.
Honor뿐 아니라 Xiaomi도 로봇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산업이 키운 엔지니어링 역량이 중국 피지컬 AI 산업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산업정책의 지원도 강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6년 4월 중국의 인간형 로봇 생산량이 전년 대비 9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중국 인간형 로봇 업계에서는 2025년을 양산 원년으로 보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
국가 전략 아래 보조금, 세제 혜택, 인프라 정비가 집중되고 있다. 이좡에만 100개 이상의 로봇 관련 기업이 모여 있으며, 정부는 100억 위안, 약 2조 2천억 원 규모의 개발기금도 조성했다.
이러한 투자 환경은 실패를 전제로 한 빠른 개발 사이클을 가능하게 한다. AgiBot은 2025년 12월 5,000대 양산 출하를 달성했고, 2026년에는 수만 대 규모의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제품을 가능한 한 빨리 현장에 투입하고 실패에서 배우는 방식이 실제 데이터를 폭발적으로 축적하게 만드는 구조다.
■ 비즈니스의 주전장은 화면 밖으로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26년 62억 4,000만 달러에서 2034년 1,651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류, 건설, 돌봄, 제조 등 몸을 쓰는 거의 모든 노동 영역이 피지컬 AI의 범위 안에 들어오고 있다.
이번 50분 26초라는 기록은 단순히 달리기 기록의 갱신이 아니다. AI가 화면 속을 벗어나 물리 공간으로 나오고, 인간의 일 영역으로 진입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저출산과 고령화, 노동력 부족을 겪는 일본에게 피지컬 AI 확산은 긍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술 주도권을 다른 나라에 넘겨준 채 사용자에 머무른다면,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한이 물어야 할 질문은 중국을 이길 수 있느냐가 아니다. 부품의 우위를 시스템의 우위로 바꿀 수 있느냐, 안전 기준과 개발 속도의 균형이라는 독자적 가치를 세계에 제시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기업과 정부 모두 지금 요구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