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요미즈데라로 이어지는 돌길. 기념품 가게들이 늘어선 참배길 바로 옆에 2026년 5월 20일, 무인양품을 전개하는 료힌케이카쿠가 새로운 숙박 시설을 열었다. 이름은 'MUJI BASE KYOTO kiyomizu'다.
총 18개 객실의 가구, 가전, 어메니티 중 약 90%를 실제 매장에서 판매하는 무인양품 제품으로 구성해, 언뜻 보면 '무인양품 쇼룸' 같은 호텔이다.
하지만 이 호텔이 업계 안팎에서 화제가 되는 이유는 단순히 인테리어의 통일감 때문만이 아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호텔을 '안티 관광'이라는 키워드로 소개했다.
관광 명소를 돌아다니게 하는 대신, 일부러 '아무것도 없는 일상'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관광 공해(오버투어리즘)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는 교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방일 외국인의 급증으로 일본 각지의 관광지에서 '관광객 공해'라고 부를 만한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관광 소비액이라는 경제 지표는 성장하는 반면, 혼잡과 교통 정체, 쓰레기 문제로 지역 주민의 삶이 압박받는 왜곡된 현상이 곳곳에서 보고된다.
왜 지금 생활 잡화를 파는 대형 유통업체가 이 과제에 뛰어들어 여행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지, 그 배경을 살펴본다.
관광 공해의 현장
교토시의 관광 종합 조사에 따르면, 2024년 내국인 관광객 수는 약 5,606만 명, 숙박객 수는 약 1,630만 명에 달했으며, 그중 외국인 숙박객 수는 약 821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내버스의 혼잡이 일상화되어 출퇴근이나 통학에 이용하는 주민들이 버스를 타지 못하는 상황도 보고된다.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이 2024년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한 반면, 일본인 숙박객 수는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 '일본인의 교토 이탈'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이 문제를 단순히 '방일 외국인의 과도한 증가'라고 단정 짓는 데는 반론도 존재한다.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일본인 국내 여행자 수는 5억 3,995만 명인 데 반해, 방일 외국인은 3,687만 명이다. 즉, 전체에서 인바운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6.4%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인바운드 소비액은 8조 1,257억 엔(약 73조 8,626억 원)으로 전체 여행 소비액의 24.4%를 차지한다. 즉, 양으로 보면 아직 제한적이지만, 특정 지역과 시간대에 소비와 인파가 집중되면서 국지적인 혼잡과 주민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실상에 가깝다.
정부도 대응에 나서 관계 부처 합동 '오버투어리즘의 미연 방지 및 억제에 관한 대책 회의'를 이미 개최했다.
관광정책 분석가 유아사 이쿠오는 오버투어리즘의 본질이 전체 관광객 수보다 특정 지역에 사람이 몰리는 현상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요미즈데라와 아라시야마처럼 제한된 공간과 시간대에 관광객의 이동 경로가 집중되는 지역에서는 전체 관광객 수가 많지 않더라도 주민들이 넘쳐난다고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광객을 분산하는 동시에 체류 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지방 유치 방식을 뒤흔드는 '관계 인구' 비즈니스
MUJI BASE KYOTO kiyomizu의 특징은 관광객을 위한 비일상적인 공간을 연출하는 대신 주민의 생활권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시설 안에는 교토의 전통 있는 커피업체 ‘오가와 커피’ 기요미즈점이 입점했다. 투숙객 전용 라운지와 조식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대표 프로그램인 ‘이른 아침 기요미즈 참배’는 매일 오전 5시 40분부터 7시까지 관광객이 적은 시간대에 기요미즈데라로 향하는 유료 가이드 투어다. MUJI BASE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가이드 동반 지역 탐방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관광객이 적은 시간과 장소를 의도적으로 상품화하는 발상은 료힌케이카쿠가 그동안 반복해 온 실험의 연장선에 있다.
MUJI BASE는 이번 시설이 다섯 번째다.
2023년 8월 문을 연 ‘MUJI BASE KAMOGAWA’를 시작으로 2024년 4월 가가와현 도노쇼정의 ‘MUJI BASE TESHIMA’, 2024년 10월 폐교를 개조한 지바현 오타키정의 ‘MUJI BASE OIKAWA’, 2025년 4월 ‘MUJI BASE TESHIMA Ⅱ’까지 사업을 확대해 왔다.
모든 시설이 빈집이나 유휴 부동산, 폐교 또는 폐관한 시설을 활용했다.
교토 기요미즈 시설 역시 2025년 문을 닫은 ‘어메니티 호텔 교토’를 개조했다. 화려한 신축 건물이 아니라 지역에 40년 넘게 자리 잡았던 건물의 외관을 그대로 계승했다는 점도 기존 시설과 같다.
사업의 콘셉트는 ‘지역문화를 체험하는 거점’이다.
료힌케이카쿠가 내세운 ‘지역의 생활과 문화를 체험하는 체류 거점’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목표는 한 번 방문하고 떠나는 관광객을 모으는 것이 아니다.
워케이션과 듀얼 라이프인 다거점 생활이 확산하는 가운데 같은 지역을 반복해서 찾는 ‘관계인구’를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관계인구란 해당 지역으로 이주하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사람들을 뜻한다.
일본 총무성과 국토교통성도 최근 인구 감소 지역을 이끌 새로운 주체로 관계인구 창출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료힌케이카쿠의 사업 역시 이러한 정책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지역 주민과 마찰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관광지를 테마파크처럼 꾸미는 것이 아니라 농사와 상점가에서의 장보기, 이른 아침 사찰과 신사 참배 등 주민들의 일상에서 일부를 떼어 내 관광상품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료힌케이카쿠는 단순한 여행사가 아니다. 일본 전역에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확고한 팬층을 확보한 유통기업이다. 이러한 강점 덕분에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부동산 소유주가 협업하고 싶어 하는 상대가 될 수 있다.
교토 진출은 MUJI BASE가 간사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사업을 전개한 사례다. 지역의 수용 여력과 브랜드의 관광객 유치 능력이 맞아떨어진 사례로 볼 수 있다.
대형 여행사가 흉내 낼 수 없는 '생활권의 수출'
JTB를 비롯한 대형 여행사가 주력해 온 것은 명소 관광, 고급 숙박시설, 유명 맛집을 조합한 패키지 투어다.
이 방식은 한정된 시간 내에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데는 효율적이지만, 결과적으로 관광객을 같은 명소와 같은 시간대에 집중시켜 오버투어리즘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이에 반해 무인양품이 도입한 것은 '평상복 같은 브랜드'라는 강점이다. 일상용품이나 의류 등 생활 밀착형 상품을 다뤄온 기업이기에 여행지에서의 일상 체험에 리얼리티와 안정감을 부여할 수 있다.
숙박객에게는 관광지를 가는 여행이 아니라 '무인양품식 생활 가치관을 체험하러 가는 여행'이 된다.
이는 명소를 소비하는 기존 관광과는 다른 층위에서 고객을 확보하는 움직임이며, 여행 업계로서는 경쟁 상대라기보다 애초에 무대가 다른 존재로 인식해야 할 변화다.
유아사는 패키지여행과 무인양품이 판매하는 가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패키지여행은 ‘무엇을 볼 것인가’를 판매해 왔지만 무인양품이 판매하는 것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다. 이 차이는 크다.”
그는 여행사가 같은 방식으로 무인양품과 경쟁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행사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자사의 지역 밀착형 관광 프로그램에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제안형 숙박 경험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안티 관광’은 정말 돈이 되는 사업인가
다만 이러한 시도가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성립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MUJI BASE KYOTO kiyomizu의 숙박료는 객실당 1박 2만600엔부터다. 객실 수도 총 18개에 그치는 소규모 시설이다.
숙박료와 유료 가이드 투어 수익만으로 시설 개조에 들어간 비용을 크게 웃도는 이익을 내기는 어려운 구조다.
료힌케이카쿠가 실제로 노리는 것은 개별 시설의 수익보다 그룹 전체의 고객생애가치인 LTV 향상일 가능성이 크다.
회사는 2025년 9월 기존 회원 애플리케이션 ‘MUJI passport’를 전면 개편해 ‘MUJI 앱’으로 새롭게 출시했다.
마일리지 제도를 폐지하고 쇼핑뿐 아니라 기부와 지역 활동 지원에도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 ‘MUJI GOOD PROGRAM’을 도입했다.
MUJI BASE에서의 체류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키운 고객이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무인양품 매장이나 온라인몰에서 계속 제품을 구매하거나 지역 특산품의 개발과 판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생태계를 설계한 것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호텔 안에서 모든 소비가 끝나는 구조가 아닌 셈이다.
반면 이 사업 모델에는 분명한 한계도 있다.
첫 번째는 느린 사업 확장 속도다.
빈집이나 폐교, 폐업한 호텔을 찾고 지역의 핵심 관계자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끈질기게 신뢰 관계를 쌓아야 한다. 약 3년 동안 5개 시설을 확보한 속도를 빠르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는 규모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표준화한 시설을 대량으로 출점하는 호텔 체인과 달리 건물마다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 따라서 대량 확장이 가능한 사업 모델로 발전시키기 어렵다.
단기적인 수익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라이프스타일 기업이 바꾸는 일본 관광의 미래
무인양품의 사례는 패션과 가구, 식품처럼 뚜렷한 세계관을 보유한 라이프스타일 기업이 관광과 숙박 분야에 진출할 여지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행업계가 발전시켜 온 ‘효율적으로 명소를 돌아보게 하는 방식’과는 다른 기준이 등장한 것이다.
어떤 생활방식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여행객과 관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 다른 업종으로도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거나 관광객을 모으는 발상만으로는 앞으로 지역 활성화와 기업의 브랜드 가치 향상을 모두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오버투어리즘과 유휴 부동산, 인구 감소처럼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를 기업의 가치관 및 세계관과 결합하고 일회성 소비가 아닌 지속적인 관계를 설계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이 앞으로 지역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경영을 동시에 실현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