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고가의 AI 서비스를 줄이고 중국산 AI 모델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의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현재 “ChatGPT로 이메일 문구를 다듬는다”, “Claude로 회의록을 요약한다”는 식의 업무 효율화가 주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시기 미국에서는 전혀 다른 흐름이 진행되고 있다.
AI 사용 비용이 급등하면서 일부 미국 기업이 OpenAI와 앤트로픽에서 중국산 AI 모델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 움직임은 미국 의회가 국가안보상 조사를 시작할 정도의 사안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AI 에이전트 기업, Claude에서 전면 철수
상징적인 사례는 AI 에이전트 개발 기업 린디다.
린디의 최고경영자 플로 크리벨로는 2026년 6월, 자사 트래픽 100%를 앤트로픽의 Claude에서 중국 딥시크의 V4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직원 약 25명 규모의 이 회사는 AI 이용 비용이 인건비를 웃도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으며, 전환을 통해 수백만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용 곡선이 “무너져 내리듯 낮아졌다”고 말했다.
린디만의 일이 아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대기업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는 6월 말, 1200개가 넘는 사내 AI 에이전트의 표준 모델을 중국 Zhipu AI의 GLM-5.2와 Moonshot AI의 Kimi K2.7 Code로 전환해 AI 관련 지출을 거의 절반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차량 호출 업체 우버도 2026년 AI 예산을 4월 시점에 이미 소진했고, 엔지니어 1인당 월 1500달러의 이용 한도를 설정하는 등 비용 압축에 나서고 있다.
배경에는 큰 가격 차이가 있다. AI 평가기관 Artificial Analysis의 벤치마크에 따르면 동일한 테스트군을 실행했을 때 드는 비용은 앤트로픽 Claude가 약 4811달러인 반면, 딥시크는 약 1071달러, Moonshot Kimi는 약 948달러, Zhipu GLM은 약 544달러에 그쳤다.
API 중개 플랫폼 OpenRouter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기업이 중국산 AI 모델에 할당하는 토큰량 비율은 2025년 상반기 약 4.5%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6년 2월 이후에는 매주 30%를 넘었고, 최대 46%에 달한 주도 있었다.
미 의회, 국가안보 리스크로 조사 착수
이 같은 움직임에 미국 연방의회도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하원 국토안보위원회와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는 2026년 4월, 코딩 보조 도구 Cursor를 운영하는 Anysphere와 숙박 공유 대기업 에어비앤비에 중국산 AI 모델 이용 실태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고 공동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조사의 초점 중 하나는 Cursor의 자체 모델 Composer 2다. 이 모델은 Moonshot AI의 Kimi를 기반으로 구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원 국토안보위원회의 앤드루 가바리노 위원장은 중국발 오픈웨이트 모델이 “특정 취약점 발견과 사이버보안 업무에서 미국 주요 모델에 필적한다”는 보고를 “매우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미 의회가 문제 삼는 것은 가격이나 성능만이 아니다.
앤트로픽은 2026년 2월, 딥시크·Moonshot AI·MiniMax 등 3개사가 약 2만4000개의 가짜 계정을 이용해 Claude와 1600만 회 이상 상호작용하고, Claude의 능력을 증류 방식으로 부정하게 추출하려 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도 4월 이런 움직임을 “산업 규모의 조직적인 모방 캠페인”으로 규정하는 각서를 냈다.
Zhipu AI의 경우 2025년 1월부터 미국 상무부의 수출규제 대상 목록인 엔티티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점도 기업의 공급망 관리상 쟁점이 되고 있다.
‘방어 AI’의 진화가 뜻하는 빛과 그림자
이번 변화가 지닌 더 본질적인 쟁점은 사이버보안 분야에 있다.
오픈웨이트 모델의 빠른 성능 향상은 취약점 자동 발견과 방어 고도화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같은 기술 기반은 공격자에게도 열려 있다.
미국 조사기업 부즈앨런해밀턴이 2026년 5월 실시한 2800건 이상의 시험에서는 중국산 코딩 모델 4종 가운데 3종에서 미국 정부기관의 이용을 떠올리게 하는 프롬프트를 입력했을 때 생성 코드의 취약성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Qwen3-Coder의 경우 약 130% 증가했다.
동시에 이들 모델은 중국 당국이 민감하다고 보는 작업을 거부하는 행동도 관찰됐다.
즉 AI 모델의 출처는 성능과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제약, 검열, 편향이 모델 안에 들어가 있는지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거버넌스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업이 어떤 AI를 어떤 업무에 사용할지 결정하는 일은 단순한 도구 선택이 아니라 경제안보상의 의사결정으로 바뀌고 있다.
앤트로픽 역시 이런 흐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았다. 이 회사의 최상위 모델 Mythos 5와 Fable 5는 미국 상무부의 수출관리 문제로 2026년 6월 12일부터 일시 제공이 중단됐다가, 규제 해제 이후 7월 1일 제공이 재개됐다.
미국 정책 당국이 자국 최첨단 AI의 유통 자체를 통제하려는 한편, 규제의 틈을 파고들 듯 중국산 모델 이용이 확대되는 역설적인 구도가 나타나고 있다.
사이버보안 컨설턴트 니이미 스구루는 “기업의 AI 활용은 이제 쓸 수 있는지 여부에서 어느 나라의 모델을 어떤 통치 체계 아래에서 쓸 것인지를 묻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픈웨이트 모델의 가격 파괴는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라며 “프런티어 모델을 제공하는 미국 기업들도 가격 전략과 보안 담보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이 지금 확인해야 할 3가지
첫째, 자사와 거래처가 사용하는 시스템에 어느 나라의 AI 모델이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는 ‘벤더 출처 점검’이 필요하다. 미국 의회 조사 대상이 된 Cursor처럼 SaaS 벤더가 기반으로 채택한 모델까지 파악하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둘째, 비용 최적화와 안전성의 균형을 전제로 한 ‘멀티 AI 전략’으로의 전환이다. 특정 벤더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벤더 록인을 피하면서, 업무의 민감도에 따라 모델을 구분해 쓰는 판단 기준을 경영진이 갖출 필요가 있다.
셋째, 취약점 탐지와 공격 대응 등 AI를 전제로 한 보안 체계 검토다. 공격과 방어 양쪽의 능력이 같은 기술 기반에서 파생될 수 있는 이상, 사람의 감시와 대응에만 의존하는 기존 방어 모델은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미중 AI 경쟁은 단순한 기술력 비교가 아니라 비용 구조, 데이터 거버넌스, 국가안보가 얽힌 복합적인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에 중요한 것은 이 변화를 남의 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자사가 이용하는 AI 서비스의 이면에서 어떤 모델이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