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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동차 회사가 데이터 센터용 배터리를 만들어?"…그럴 수 밖에 없었던 속사정

고野輝 | 2026.07.07

출처 : 비즈저널
출처 : 비즈저널

혼다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세운 EV 배터리 공장의 활용 방향을 바꾸고 있다.

지난 6월 29일 한 보도를 계기로 혼다 주가가 움직였다. 혼다가 EV용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건설한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6월 초부터 데이터센터용 축전지, 즉 ESS 에너지 저장 시스템 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사업 조정처럼 보이지만,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결정이 아니다. 혼다는 최근 한 달여 사이 2040년 내연기관 퇴출 목표 철회, 하이브리드차 중심 전략 회귀, 4조 4,000억 엔, 한화로 약 44조 원의 대규모 투자 방향 수정, 4,000억 엔이 넘는 회사채 발행 검토까지 잇따라 굵직한 결정을 내렸다.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생산은 이러한 EV 전략 수정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선택이다. 이 흐름을 함께 봐야 혼다가 왜 EV 배터리 공장의 용도를 바꾸고 있는지 전체 그림이 보인다.

이번 기사에서는 혼다가 EV 전략을 바꾸는 과정에서 보여준 빠른 방향 전환, 빅테크 기업들이 안고 있는 전력 부족 문제와의 접점, 그리고 재무와 투자자 관점에서 이번 변화가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를 정리한다.

EV 목표를 철회하고라도 생존을 택한 혼다

이번 변화의 출발점은 2026년 5월 14일이다. 혼다는 이날 2040년까지 모든 신차를 EV와 FCV, 즉 수소연료전지차로 전환하겠다는 기존 목표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이른바 내연기관 퇴출 목표에 대해 실현이 어렵다고 판단해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하이브리드차를 성장의 중심에 다시 놓고, 가솔린차를 포함해 향후 3년 동안 4조 4,000억 엔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러한 전략 수정과 맞물려 진행된 것이 오하이오주 배터리 공장의 활용 방향 변경이다. 이 공장은 원래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EV용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지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EV 수요가 기대만큼 빠르게 늘지 않자, 이 공장에서는 6월 초부터 데이터센터용 ESS 배터리 생산이 시작됐다.

ESS는 태양광 발전처럼 출력이 일정하지 않은 전원의 남는 전력을 저장해두었다가 전력 수요가 몰릴 때 공급하는 장치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커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지은 배터리 공장을 EV 수요 회복만 기다리지 않고 다른 용도로 돌리는 결정은 혼다의 빠른 대응을 보여준다.

달리 보면 이미 들어간 비용에 집착하지 않고, 시장 상황에 맞춰 자산을 다시 활용하려는 경영 판단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리스크도 남아 있다. 몇 년 뒤 EV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경우, 정작 EV용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계획 중이던 EV 공장 가동 시기도 당초 2028년에서 2030년 이후로 미뤄졌다. EV 관련 생산 체계가 전반적으로 약해지고 있다는 점은 무시하기 어렵다

데이터 센터용 배터리 생산이 의미하는 것

생성형 AI 확산과 함께 데이터센터 업계의 발전에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전력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연산 인프라를 뒷받침하기 위해 부지와 전력망 확보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혼다가 추진하는 것이 데이터센터 사업자에게 공급할 ESS 배터리 생산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보도된 내용만 놓고 보면 EV 공장 자체를 데이터센터 시설로 바꾸거나, 공장의 송전 설비를 빅테크에 직접 제공하는 내용은 아니다.

따라서 EV 공장이 데이터센터로 바뀐다는 표현보다는, EV용으로 준비한 배터리 생산 라인의 납품처를 데이터센터 쪽으로 돌렸다는 설명이 실제에 더 가깝다.

그럼에도 이번 움직임이 주는 의미는 작지 않다. EV 수요 둔화라는 역풍 속에서 혼다가 보유한 배터리 생산 역량을 AI 인프라라는 성장 시장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앞으로 혼다가 배터리 외에도 부지나 전력 계약 같은 다른 자산을 활용해 빅테크와 접점을 넓힐지는 아직 추측의 영역이지만, 지켜볼 만한 흐름이다.

주가가 보여준 시장 평가와 재무적 효과

이번 보도가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는 주가 흐름에서도 드러난다. 혼다 주가는 6월 29일 종가 1,476엔에서 7월 6일 1,599엔까지 올랐다. 일주일여 만에 약 8.3% 상승한 것이다. 6월 29일과 7월 2일에는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시장이 이번 소식을 투자 재료로 받아들이며 매매가 활발해진 모습이다.

재무 측면에서의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혼다는 6월 30일 EV 관련 손실, 부품 업체 보상금 지급, 하이브리드차 투자 등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총 4,000억 엔, 한화로 약 4조원이 넘는 유로화 표시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는 2026년 3월기에 대규모 EV 관련 손실을 반영했다. 2027년 3월기에는 이 손실이 줄어드는 것을 주요 배경으로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기대하는 계획도 제시했다.

EV 전략 둔화라는 부정적인 요소가 있는 상황에서도 데이터센터용 배터리라는 성장 분야와 연결고리를 보여주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혼다를 단순한 자동차 업종 기업이 아니라 AI와 데이터센터 수요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보는 시각도 생기고 있다.

물론 이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일 뿐, 혼다의 사업 구조가 실제로 AI 인프라 기업으로 바뀌었다는 뜻은 아니다. 이 점은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드러난 것은 EV 공장을 데이터센터로 전환했다는 극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더 정확히는 EV 전략을 전면적으로 다시 짜는 과정에서 배터리 공장의 생산 품목을 데이터센터용으로 바꿨다는 현실적인 변화에 가깝다.

그 배경에는 2040년 전동화 목표 철회, 하이브리드차 중심 전략 회귀, 4조 4,000억 엔 투자 방침, 4,000억 엔이 넘는 자금 조달 검토라는 일련의 큰 결정이 있다. 이번 배터리 생산 전환도 이 흐름의 일부로 봐야 한다.

혼다의 이번 선택이 성공할지는 앞으로 EV 시장이 얼마나 빨리 회복되는지, 그리고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사업이 실제로 어느 정도 수익에 기여하는지에 달려 있다.

EV 투자 속도 조절에 들어간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에도 혼다의 이번 결정은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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