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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은행 중 하나인 일본 은행들, Claude를 선택한 이유"…아는 척하지 않는 AI

비즈니스저널 편집부 | 2026.06.27

출처 : 비즈저널
출처 : 비즈저널

NEC와 앤트로픽, 일본 주요 금융사들이 생성형 AI 활용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에 나선다. 이번 협력은 단순히 AI 도구를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일본 금융권의 IT 전략이 안전성과 신뢰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에 있는 기술은 앤트로픽의 생성형 AI ‘Claude’다. 은행, 신탁,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 등 금융업 전반의 대형사가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금융업계가 AI를 고를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화려한 기능보다 정확성, 설명 가능성, 정보보호다. 이번 협력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금융권이 선택한 안전성 중심 AI

NEC와 미국 앤트로픽은 6월 11일 일본 주요 금융사들과 함께 AI를 활용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참여 기업으로는 미쓰이스미토모 파이낸셜그룹, 미쓰이스미토모 트러스트그룹, 미쓰이스미토모 신탁은행,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 스미토모생명보험, MS&AD 인슈어런스그룹홀딩스, 다이와증권그룹본사 등이 언급됐다.

눈에 띄는 점은 업종의 폭이다. 은행, 신탁,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까지 금융권 주요 영역이 함께 움직인다.

이번 협력의 중심에는 앤트로픽의 Claude가 있다. NEC와 앤트로픽은 이미 2026년 4월 일본 기업 시장에서 AI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협업을 시작했다. 이번 금융권 협력은 그 본격적인 확장으로 볼 수 있다.

금융권에서 AI 도입이 어려웠던 이유는 분명하다. 잘못된 답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문제, 즉 환각 현상과 정보 유출 위험 때문이다.

대출 심사나 보험 인수 판단에서 AI가 잘못된 근거를 제시하면 고객 설명 책임은 물론 법적 리스크까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금융사는 단순히 똑똑한 AI보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 AI를 더 필요로 한다.

■ “아는 척하지 않는 AI”가 중요해졌다

앤트로픽은 2022년 ‘컨스티튜셔널 AI’라는 독자적 접근법을 공개했다. 미리 정한 행동 원칙에 따라 AI가 자신의 답변을 스스로 평가하고 수정하는 방식이다.

이 설계의 핵심은 불확실할 때 불확실하다고 말하는 데 있다. 알지 못하는 내용을 단정하지 않도록 만드는 철학이다.

이른바 “아는 척하지 않는 AI”는 금융기관이 원하는 방향과 잘 맞는다. 금융업에서는 정확성, 컴플라이언스, 설명 책임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은 기업 시장에서도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포춘 10대 기업 중 다수가 Claude를 도입했고, 포춘 100대 기업에서도 높은 도입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규제가 강한 산업에서 쌓은 활용 사례는 일본 금융사에도 안정감을 주는 요소가 된다.

앤트로픽 측은 일본 금융권에 Claude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또 이 산업을 깊이 이해하는 기업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밝혔다.

■ NEC가 제공하는 국내 인프라의 의미

이번 협력에서 NEC의 역할도 중요하다. 일본 금융기관이 생성형 AI 도입을 망설였던 이유 중 하나는 데이터를 해외 클라우드에 맡기는 데 대한 부담이었다.

개인정보와 거래 정보가 포함된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 API로 그대로 보내는 것은 쉽지 않다. 금융당국의 지침과 각사 내부 정보관리 규정에 맞추기도 까다롭다.

NEC는 앤트로픽과 협력해 국내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한 안전한 인프라 위에서 Claude를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역할을 맡는다.

NEC의 가치 창출 모델 ‘BluStellar’ 기반 위에 Claude를 결합하고, 금융사별 과제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구조다.

일본에서 구현과 운영을 맡는 일본계 시스템통합 기업이 중간에 들어가면 금융사 내부 컴플라이언스 부서도 설명을 받아들이기 쉬워진다.

이 점은 겉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대기업 의사결정에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AI 성능만큼이나 “누가 운영하고, 어디서 데이터가 처리되며,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 오픈AI도 쓰고 Claude도 쓰는 이유

이번 협력에서 특히 눈에 띄는 곳은 미쓰이스미토모 파이낸셜그룹이다.

이 회사는 2024년 10월 오픈AI와 생성형 AI 분야 계약을 맺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진영과 이미 관계를 구축한 상태다. 그런데 이번에는 NEC·앤트로픽 협력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는 모순이라기보다 합리적인 전략에 가깝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특정 AI 기업이나 특정 클라우드에만 의존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 장애, 가격 협상력 저하, 특정 모델 성능 변화가 모두 경영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 용도에 따라 다른 AI 모델을 쓰는 AI 멀티클라우드 전략은 이미 IT 조달 분야에서 중요한 흐름이 됐다.

오픈AI는 범용성과 생태계에서 강점을 갖고, Claude는 긴 문맥 처리와 안정성, 기업 업무 적용에서 강점을 보인다. 금융사는 업무 성격에 따라 적합한 모델을 나눠 쓰려는 것이다.

은행이 특정 시스템 벤더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문제는 과거 메인프레임 시대부터 반복돼온 과제다. AI 시대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 경쟁사들이 함께 움직이는 이유

은행, 신탁, 보험, 증권은 평소에는 경쟁 관계에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같은 틀 안에서 움직인다.

그 이유는 공통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협력의 주요 목표는 금융서비스 품질 향상, 고객 가치 확대, 사무 업무 효율화, 생산성 향상, 클라우드 전환과 IT 현대화, 사이버 보안 강화 등이다.

이 과제들은 특정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업계 전체가 함께 겪는 문제다.

컴플라이언스 점검, 자금세탁 방지, 내부 문서 처리, 고객 응대 지원 같은 업무는 업권을 가리지 않고 공통으로 존재한다.

이런 영역에서 공동으로 검증하고 개발하면 각 회사가 따로 중복 투자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업계 전체의 AI 활용 수준을 높일 수 있다.

해외 금융권에서도 비슷한 흐름은 나타나고 있다. 공통 과제에서는 협력하고, 고객 서비스와 상품 경쟁에서는 차별화하는 방식이다.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가져가는 구조가 금융 AI 활용에서도 중요해지고 있다.

■ 업무 효율화를 넘어 조직 구조가 바뀔 수 있다

이번 발표에서 흥미로운 점은 단순한 업무 효율화가 아니라 AI 공동 혁신 생태계라는 표현이 쓰였다는 점이다.

금융권 주요 회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실제로 작동한다면, 이는 실증 실험을 넘어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단계로 이어질 수 있다.

백오피스 업무 상당 부분이 AI로 자동화되거나 고도화되면 인력 배치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일본의 고용 관행과 규제 환경을 고려하면 급격한 인력 감축보다는 인력 재배치와 고부가가치 업무 전환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AI가 대체하는 것은 반복 작업이다. 전문 판단과 고객 대응, 최종 책임은 여전히 사람이 맡아야 할 영역이 크다.

따라서 이번 협력의 성패는 단순히 Claude를 도입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금융사들이 자신들의 업무 지식과 노하우를 AI에 얼마나 깊게 녹여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동시에 경쟁사끼리 어느 수준까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느냐도 과제다. 공통 업무 개선과 경쟁력 보호 사이의 균형이 성패를 가를 수 있다.

NEC·앤트로픽·금융사 협력은 일본 금융업계가 AI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업계 차원에서 답을 찾으려는 시도다.

앤트로픽의 안전성 중심 AI 설계, NEC의 국내 인프라, 금융사들의 업무 지식이 제대로 결합한다면 일본 금융 DX는 새로운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그 성과는 금융업계뿐 아니라 일본 기업 전체의 AI 도입 방식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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