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미츠코산은 6월 25일, 100% 자회사인 이데미츠 아메리카 홀딩스를 통해 미국 지열 스타트업 퀘이즈 에너지에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퀘이즈 에너지가 조달한 시리즈B 1차 클로징(총액 1억 3,400만 달러)에는 미국 기후 테크 펀드인 프렐류드 벤처스(Prelude Ventures)가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이데미츠 외에도 발전 대기업인 JERA가 전략적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JERA 또한 7월 중순 퀘이즈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공표함에 따라, 일본의 대형 에너지 기업 2곳이 예기치 않게 같은 미국 스타트업에 연이어 자금을 투입하게 되었다.
휘발유와 석유 제품을 판매해 온 석유 판매업체가 왜 해외 지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일까. 이는 단순한 탈탄소 홍보(그린워싱)가 아니다.
에너지 구조의 전제를 바꿀 수 있는 기술 혁신과 일본 연료 수요 축소에 직면한 석유 회사의 생존 전략이 맞아떨어진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다.
암석을 녹여서 뚫는 밀리미터파 굴착이란 무엇인가
기존 지열 발전은 드릴로 지하 1,000~3,000m 정도를 굴착해, 천연 온수나 증기가 우연히 고여 있는 '지열 저류층'을 찾아내는 방식이 주류였다.
깊게 팔수록 고온·고압·경질의 암반에 가로막혀, 드릴 날의 마모와 굴착 비용 증가가 보급의 걸림돌이 되어 왔다.
퀘이즈 에너지가 개발하는 '밀리미터파 굴착(millimeter-wave drilling)'은 이러한 제약을 기술로 돌파하려는 시도다.
퀘이즈 에너지는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에서 폴 워스코프가 2007년부터 진행해 온 연구를 바탕으로 2018년에 설립되었다.
핵융합 연구에 사용되는 '자이로트론(gyrotron)'이라는 장치를 응용해, 고주파 전자기파(밀리미터파)를 암반에 조사하여 가열·용융·기화시키며 굴착한다.
드릴과 같은 물리적 접촉이 없기 때문에, 날의 마모라는 제약에서 원리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이 특징이다.
퀘이즈 에너지는 미국 텍사스주의 실제 현장에서 깊이 1km에 육박하는 굴착을 진행 중이며, 이것이 실현되면 밀리미터파를 포함한 비접촉 굴착 기술로는 역대 가장 깊게 판 곳이 된다.
퀘이즈 에너지는 장기적으로 지하 1만m 이상, 최대 1만 9,000m 전후까지 도달해 섭씨 300~500도의 초고온 암반에 접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 이는 퀘이즈 에너지가 내세우는 중장기 기술 목표이며, 현재 건설 중인 오리건주의 상용 프로젝트에서 즉시 구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오리건주에서 진행 중인 상용 1호 프로젝트 'Project Obsidian'
퀘이즈 에너지가 현재 가장 방점을 두는 사업은 오리건주 중부 데슈츠 국유림 내에 건설 중인 상용 지열 발전 프로젝트 'Project Obsidian'이다.
연방 정부의 지열 임대 부지에 위치하며, 초기 단계에서 50메가와트(MW) 규모의 상시 가동형 전원을 목표로 한다.
향후 250MW, 나아가 기가와트(GW)급으로 확장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송전 개시는 2030년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초기에는 기존 굴착 기술과 자체 밀리미터파 기술을 결합해 섭씨 315~365도 정도의 암반에 접근할 계획이다.
AI 데이터 센터 급증 등으로 전력 수요가 팽창하는 미국에서,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기저 부하 전원'으로서의 지열에 대한 기대감 덕분에 자금 조달이 용이하다.
왜 해외 스타트업인가
일본은 지열 자원량이 약 2,347만kW(발전량 환산)로, 미국과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3위의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발전 설비 용량은 세계 10위에 머물러 있어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배경에는 주요한 지열 자원의 약 80%가 국립·국정 공원 내에 위치해 개발 규제가 엄격하다는 점, 주변 온천지와의 수원을 둘러싼 합의 형성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있다.
환경성과 경제산업성은 최근 공원 내 개발 요건을 완화하고 차세대 지열 실용화를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으나, 지역 주민과의 조정에는 여전히 시간이 소요된다.
밀리미터파 굴착과 같은 기술로 지하 깊은 곳까지 수직으로 굴착할 수 있다면 지표면 점유 면적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온천원보다 훨씬 깊은 층의 열을 이용하는 '강화 지열 시스템(EGS)'이기 때문에 기존 온천 이용과의 충돌을 피하기 쉽다는 기대가 있다.
정치적 조정이나 합의 형성으로 인해 오랫동안 정체되었던 과제를 굴착 기술의 진화로 우회하려는 발상이다.
석유 판매업체에게 '지하 비즈니스'라는 선택지
이데미츠코산에게 이번 투자는 일본 휘발유 수요 감소라는 구조적 악재와 무관하지 않다.
전기차 보급과 인구 감소로 인해 연료유 수요는 매년 줄어들고 있으며, 정유소 재편도 이어지는 가운데 각 기업은 석유 이외의 수익원을 모색하고 있다.
재생 에너지 중에서도 태양광이나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는 변동성 전원인 반면, 지열은 24시간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기저 부하 전원으로서 전력 시장에서의 가치가 높다.
게다가 석유 회사는 자원 탐사에서 쌓은 지질 해석력과 지하 심부를 굴착·관리하는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경험이 없는 재생 에너지 분야에 처음부터 진입하는 것보다 기존의 강점을 전용하기 쉬운 영역으로 평가받는다.
이데미츠코산은 이번 투자를 통해 차세대 지열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고, 향후 퀘이즈 에너지의 지열 프로젝트 참여도 검토할 방침이다.
에너지 정책 연구가인 사에키 토시야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초고온 암반 지열은 이론상 어디서나 전개할 수 있는 보편성이 매력이지만, 상용화 실증 단계에 있는 것은 아직 수십 메가와트 규모의 프로젝트에 그친다. 기가와트급의 양산이나 비용 경쟁력을 갖춘 형태의 실용화를 위해서는 굴착 내구성과 비용 절감에 관한 실증 데이터 축적이 향후의 초점이 될 것이다."
또한 사에키 연구가는 "일본에서의 응용을 고려할 때는 화산국 특유의 복잡한 지질 구조나 기존 온천 자원과의 공존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설계할지가 관건이다. 기술이 완성되어도 지역 합의나 규제 프로세스를 생략할 수는 없다"며 기술의 가능성과 실용화까지의 거리를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양 산업에서 성장 산업으로 탈피할 수 있을까
이데미츠코산의 이번 투자는 단순한 벤처 투자를 넘어 미래 에너지 인프라의 선택지를 조기에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노후화된 화력 발전소의 터빈이나 송전망 같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열원만 지열로 교체하는 구상이 실현된다면, 기존 자산을 유효하게 활용하는 길이 열릴 수 있다.
다만 퀘이즈 에너지의 기술은 아직 실증 단계에 있으며, 상용 플랜트의 본격 가동은 2030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기술적 돌파구에 대한 기대와 실용화까지 남은 기술적·제도적 과제를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체 핵심 기술을 재정의하고 이 분야의 파괴적 기술과 결합해 축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탈피하려는 이데미츠코산의 행보는 사업 전환을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하나의 참조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