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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배터리 가격에선 경쟁 못한다…파나소닉이 선택한 다른 노다지 사업

비즈니스저널 편집부 | 2026.06.15

출처 : 비즈저널
출처 : 비즈저널

“골드러시에서 진짜 돈을 버는 사람은 금을 캐는 사람이 아니라 삽을 파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AI 열풍이 거품처럼 번지는 지금, 그 ‘삽’은 무엇을 뜻할까.

생성형 AI의 폭발적인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파나소닉홀딩스가 과감한 사업 전환을 선언했다.

회사가 6월 8일 투자자 설명회 ‘Panasonic Group Investor Day 2026’에서 내놓은 목표는 AI 인프라 관련 매출을 2030년에 현재의 약 4배인 2조 엔 규모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오랜 기간 축적해온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이 있다.

■AI가 전력 인프라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생성형 AI의 빠른 확산은 인터넷 등장 이후 최대 규모의 에너지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 IEA의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AI, 암호자산을 합친 전력 소비량은 2022년 460TWh에서 2026년 최대 1050TWh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두 배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이는 일본의 연간 전체 전력 소비량과 거의 비슷한 규모다.

IEA는 2026년 4월 최신 보고서에서도 2025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전년보다 17% 증가했다고 확인했다. 수요 증가 속도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골드만삭스도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3년보다 16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구조적인 수요 증가는 여러 독립 분석기관의 공통된 시각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가장 큰 고민은 안정적인 전력 확보다. AI 서버는 고밀도화되고 처리 성능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서버 랙 하나가 쓰는 전력은 기존보다 몇 배나 늘었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진행되면서 태양광처럼 출력이 불안정한 전원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순간적인 전압 변동이 서버 오작동이나 데이터 손실로 이어질 위험도 높아졌다. 데이터센터에서 전력 품질을 지키는 배터리 백업 전원 시스템은 이제 선택 사양이 아니라 필수 인프라가 됐다.

■ 배터리 가격 하락 압박이라는 위기

파나소닉이 이번 대전환에 나선 배경에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의 어려움이 있다.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성장해온 파나소닉의 배터리 사업은 최근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되는 이른바 ‘캐즘’과 중국 업체의 부상이 겹치며 가격 경쟁에 직면했다.

중국 CATL과 BYD는 압도적인 생산 규모를 바탕으로 비용을 빠르게 낮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가격 하락 압박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일본 제조업이 이 무대에서 정면 승부를 벌여서는 승산이 크지 않다.

파나소닉홀딩스가 이번 설명회에서 “가격 경쟁에는 저항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현실 인식에서 비롯됐다.

성숙 단계에 접어드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더 높은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로 옮겨가는 것은 위기감이 이끈 전략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 왜 AI 데이터센터용 시장에서는 승산이 있나

전기차용 배터리와 AI 데이터센터용 배터리는 요구되는 성능이 완전히 다르다.

전기차용 배터리에서는 긴 주행거리와 낮은 제조 비용이 가장 중요하다.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 절감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이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가 압도적인 우위를 갖고 있다.

반면 AI 데이터센터용 배터리에서 중요한 것은 안전성, 신뢰성, 빠른 충방전에 견디는 성능이다.

서버 랙 하나당 발열 밀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발화와 열폭주 위험을 철저히 막을 수 있는 고품질 배터리 셀이 필요하다. 순간적인 전압 변동을 흡수할 수 있는 시스템 설계도 필수다.

파나소닉에너지의 이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80%에 이른다. 이미 확고한 입지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회사가 이번에 발표한 차세대 제품 ‘CBU 탑재 선반형 전원 장치’는 슈퍼커패시터와 배터리 셀을 결합했다.

이를 통해 AI 서버 특유의 급격한 전력 부하 변동을 밀리초 단위로 흡수할 수 있다. 파나소닉은 커패시터부터 배터리 셀까지 필요한 기술을 그룹 안에서 일관되게 갖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 투자 규모와 사업 계획

이번 전략에서 제시된 숫자는 꽤 구체적이다.

파나소닉그룹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AI 인프라 관련 분야에 총 5000억 엔을 투자한다. 이 가운데 약 3500억 엔은 파나소닉에너지에, 약 1500억 엔은 파나소닉인더스트리에 투입된다.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백업 전원 시스템 매출은 2025년 3200억 엔에서 2026년 5500억 엔으로 늘릴 계획이다. 2028년에는 1조 엔 규모에 가까운 9500억 엔을 목표로 한다.

파나소닉에너지 최고경영자인 다다노부 가즈오는 이 수치를 “최소한의 약속”이라고 표현했다. 목표치를 넘어서는 성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생산 체제 강화도 세계적으로 진행된다. 일본에서는 배터리 셀 생산 능력을 2025년 대비 약 3배로 늘릴 방침이다.

미국 캔자스주의 차량용 배터리 공장에는 데이터센터용 생산 라인을 새로 설치하고, 2028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멕시코에는 제3공장을 새로 짓고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

전기차용으로 구축한 제조 기반을 성장 시장으로 돌리는 방식은 투자 효율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판단으로 볼 수 있다.

■ 전망과 남은 과제

2조 엔이라는 목표가 현실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백업 전원 시스템 매출은 2025년 기준 3200억 엔이다.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앞으로 4~5년 사이 거의 두 배로 커진다면, 매출을 4배로 키우겠다는 목표가 지나치게 커 보이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현재 점유율만 유지해도 상당한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물론 과제도 있다. 경쟁 환경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 시장의 높은 성장성을 본 다른 전기·배터리 업체가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AI 관련 투자 조정 국면이나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공급망 혼란이 계획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또 일본 기업 특유의 의사결정 속도가 해외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도 중요한 변수다.

글로벌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은 새 데이터센터의 전원 시스템을 수년 전부터 확정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처럼 로드맵을 채워 넣는 단계에서 얼마나 확실하게 점유율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파나소닉의 이번 전략 전환은 가전업체 또는 전기차 배터리 업체라는 이미지를 넘어서는 시도다. AI 인프라의 근간을 떠받치는 전력 품질의 핵심 공급자로 자리 잡겠다는 의도다.

생성형 AI 확산이 불러온 전력 수요 급증은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더 이상 예측이 아니라 현실의 과제에 가깝다. 그 안에서 20년 넘게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실적과 점유율을 쌓아온 파나소닉에는 분명한 이점이 있다.

가격 경쟁이 아니라 기술력과 신뢰성으로 차별화하고, 중국 업체가 쉽게 파고들기 어려운 시장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전략 방향은 설득력이 있다.

2조 엔 목표가 말뿐인 계획으로 끝날지는 앞으로 2~3년 동안의 생산 안정화와 고객 확보 실적이 보여줄 것이다.

AI가 세계 에너지 인프라를 바꾸는 과정에서 일본 제조업이 다시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을지, 파나소닉의 이번 전환은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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