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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계의 인텔은 흔들리지 않는다?” 시마노가 재고 조정 뒤 노리는 다음 시장

비즈니스저널편집부 | 2026.07.01

출처 : 비즈저널
출처 : 비즈저널

4월 23일 시마노가 발표한 2026년 1~3월 연결 결산은 얼핏 보면 모순처럼 보인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128억 엔을 기록했지만, 매출은 4% 증가한 1,176억 엔, 영업이익은 36% 감소한 104억 엔에 그쳤기 때문이다.

매출과 본업의 이익 흐름이 둔화된 상황에서 왜 최종 이익만 크게 늘었을까. 주된 이유는 두 가지다. 달러 대비 아시아 통화 약세로 발생한 10억 엔의 환차익, 그리고 정책보유주식 2개 종목 매각에 따른 31억 엔의 특별이익이다.

이를 단순한 일회성 이익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시마노의 재무 전략과 경영 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 코로나 특수 이후 남은 재고 부담

시마노의 영업이익 감소를 이해하려면 팬데믹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20~2022년 세계적인 아웃도어 붐이 자전거 시장을 밀어 올렸고, 자전거 업체들은 생산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붐이 끝나자 과잉 재고라는 후유증이 남았다.

수요 변동이 공급망 상류로 갈수록 증폭되는 이른바 채찍 효과가 시마노를 직격한 셈이다.

아웃도어 붐에 맞춰 늘어난 자전거 생산이 멈추지 못했고, 붐이 꺾이자 부품 주문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2026년 12월기는 4개 회계연도 연속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지역별로는 차이가 있다. 유럽은 재고 조정이 거의 마무리됐지만, 사용자들의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

반면 중국은 2023년부터 로드바이크를 중심으로 스포츠형 자전거 붐이 일었지만, 현지 자전거 업체들이 시장 규모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과잉 재고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시마노의 시마노 타이조 사장은 재고 소화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마노는 자전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자전거 부품 업체다. 자전거 업체가 재고 부담을 안으면 신규 부품 발주를 줄일 수밖에 없다. 시장 조정의 타격을 크게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반대로 완성차 재고가 소진되면 가장 먼저 주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곳도 시마노다.

■ 시마노가 가진 규격 지배력

시마노는 자전거 업계의 인텔로 불리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시장 점유율 때문만은 아니다. 스포츠 자전거용 부품에서 시마노는 세계 시장의 약 8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경쟁력은 규격 지배력이다.

전 세계 자전거 매장의 정비사들은 시마노의 전용 공구와 진단 시스템을 전제로 작업한다.

정비와 교체 부품 모두 시마노 규격이 표준처럼 자리 잡으면서, 라이더가 다른 회사의 부품 체계로 갈아타는 비용은 높아진다. 인텔이 x86 명령어 체계로 PC 산업의 표준을 장악했던 것과 비슷한 구조다.

기술적 강점의 핵심에는 정밀 냉간 단조 기술이 있다. 금속을 상온에 가까운 상태에서 고압으로 눌러 가공하는 방식으로, 절삭 가공만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강도와 정밀도를 동시에 구현한다.

플래그십 모델 듀라에이스의 디레일러가 보여주는 0.1mm 단위의 변속 정밀도는 라이더가 의식하지 않아도 변속 타이밍을 최적화하고 페달링 손실을 줄인다. 이런 체감 품질이 프로팀부터 입문자까지 시마노를 선택하게 만드는 기반이다.

■ 진짜 자산은 현금과 기술 전환력

3월 말 기준 시마노의 순현금과 투자 자산 총액은 4,828억 엔이다. 이는 시가총액의 35%에 해당한다. 영업이익이 몇 년간 부진하더라도, 이 정도의 현금과 투자 자산을 가진 기업은 다음 성장을 위한 준비를 멈추지 않는다.

시마노가 추진하는 방향은 단순한 부품 업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전기자전거 분야에서 모터, 배터리 관리 시스템, 전동 변속기를 통합 제어하는 시스템 통합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마노는 2025년 자전거 구동을 인공지능으로 제어하는 새로운 변속 시스템을 실용화하는 등 최신 기술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이번 정책보유주식 매각이 보내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과거 거래 관계에 묶여 있던 자산을 현금화해 차세대 연구개발과 주주환원에 돌리겠다는 것이다.

시마노는 전기에 이어 500억 엔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계획하고 있다. 2년간 총 1,000억 엔 규모다. 연간 배당은 363엔으로, 창업 100주년 기념 배당이 있었던 2020년 12월기의 355엔을 넘어 사상 최고 수준이다. 자본 효율 개선을 향한 경영진의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 조정 이후 올 새로운 성장 국면

세계 자전거 시장은 연평균 5~8% 수준의 성장이 예상된다. 아시아의 경제 성장에 따른 전기자전거 보급, 선진국의 건강 지향 확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교통수단 장려 정책 등 장기적인 성장 요인은 여전히 살아 있다.

스포츠바이크 세계 시장 규모는 2024년 183억 달러에서 2030년 298억 달러, 약 4조 4,700억 엔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를 이끄는 핵심은 전기자전거다. 유럽에서는 금액 기준 전기자전거 판매가 이미 일반 자전거를 50% 이상 웃도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조사도 있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유가 상승은 연간 실적 전망에 반영되지 않았다. 중국 시장의 회복 속도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미중 관세 갈등은 생산 비용과 물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 업체의 저가 부품 확대는 입문자용 시장의 가격 경쟁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지금의 부진은 후퇴라기보다 다음 도약을 위한 준비에 가깝다. 재고 조정이 끝난 뒤 시마노가 마주할 시장은 전기자전거와 AI 기반 구동 제어라는 새로운 성장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