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안에 방치된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택배 차량이나 이사 차량이 돌아가는 길에 함께 회수한다. 일본 환경성은 이르면 2026년 7월부터 이런 방식의 시범사업을 홋카이도, 간토, 규슈, 시코쿠 등 4개 지역에서 시작한다.
중소 택배업체와 이사업체가 대형 물류기업의 위탁을 받아 쓰지 않는 소형가전을 수거하고, 이를 환경성 인증을 받은 리사이클링 업체에 넘기는 구조다. 사업 기간은 2027년 1월까지로 예정돼 있다.
이 움직임을 단순히 친환경 활동으로만 보기에는 이르다. 그 배경에는 희토류와 희소금속 조달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
2026년 1월 중국 상무부는 군사와 민간에 모두 쓰일 수 있는 품목에 대해 대일 수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희토류가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만약 전면적인 수출 금지로 이어질 경우 일본의 실질 GDP가 1.3% 낮아질 수 있다는 추산도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 등의 추산에 따르면 희토류 수입이 3개월만 멈춰도 경제 손실은 약 6,600억 엔, 1년간 중단되면 2조 6,000억 엔에 이를 수 있다.
희토류와 희소금속은 전기차 모터와 가전제품, 생성형 AI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와 자성 소재까지 현대 산업의 핵심 기반을 떠받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희토류 확인 매장량 가운데 중국이 약 절반을 차지한다. 정제와 가공 단계에서의 영향력은 더 크다.
어느 나라에서 채굴하더라도 정제 단계에서 중국을 거쳐야 하는 구조가 일본을 포함한 수요국의 약점이 되고 있다.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강화하는 일은 이제 환경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안보의 핵심 과제가 됐다.
일본 정부는 미나미토리시마 주변 해저에 있는 희토류 진흙을 채굴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도 나서고 있지만, 상업화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미 일본 안에 존재하고, 당장 회수할 수 있는 도시광산 활용은 먼 미래의 대안이 아니라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이번 시범사업도 단발성 환경 뉴스가 아니라 이런 흐름 속에서 봐야 한다.
자원은 충분하지만 회수 비용이 문제였다
일본 가정과 기업에 방치된 사용된 소형가전에는 세계적인 자원 보유국에 버금가는 양의 유용 금속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물질·재료연구기구의 추산에 따르면 일본 도시광산에 잠재된 금은 약 6,800톤으로, 전 세계 현존 매장량의 16%에 해당한다. 은은 약 6만 톤으로 22%에 이른다.
환경성 자료에 따르면 일반 광산에서 광석 1톤을 캐내 얻을 수 있는 금은 약 5g에 그친다. 반면 휴대전화 1톤 분량의 기판에서는 수백 g 규모의 금을 얻을 수 있다. 금속 함유 비율만 놓고 보면 도시광산은 천연 광산보다 효율이 높다.
문제는 이 고농도 자원이 전국의 가정과 직장에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일본 소형가전 리사이클법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회수 주체가 되지만, 각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면 물류 비용이 회수한 금속의 가치보다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쓰지 않는 기기를 집 안에 보관하는 비율은 오래전부터 과제로 지적돼 왔다.
휴대전화의 경우 약 절반이 사용되지 않은 채 집에 보관돼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데이터 유출이 걱정된다거나 언젠가 다시 쓸 수도 있다는 소비자 심리가 자원 회수를 가로막아온 셈이다.
돌아오는 차량의 빈 공간이 바꾸는 회수 비용 구조
이번 시범사업의 핵심은 새로운 회수망을 처음부터 따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기존 택배 차량이나 이사 트럭의 남는 공간을 활용한다는 점에 있다.
택배나 이사 차량은 어차피 소비자의 집 앞까지 간다.
물건이나 이삿짐을 전달한 뒤 돌아오는 길에 쓰지 않는 소형가전을 함께 가져오면, 도시광산 사업의 가장 큰 부담이었던 물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추가 회수 비용을 낮추는 방식이다.
에너지 연구·정책 애널리스트 다시로 다카모리는 “단가 하락 압박을 받는 택배업계 입장에서 자원 가치가 있는 불용가전 회수는 새로운 부가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회수 수수료와 자원 판매 수익을 조합한 사업 모델이 성립한다면, 세금에 기대지 않는 자립형 구조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구조가 주목받는 이유도 단순한 환경 기여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물류망의 남는 운송 여력을 활용해 비용을 낮춘다는 점에서 경제성이 있는 방식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도시광산 사업의 성패를 가를 세 가지 장벽
다만 시범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이것이 안정적인 자원 공급원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첫째는 소비자 심리다. 집 앞까지 회수하러 와주는 편의성이 높아지더라도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이 사라지지 않으면, 스마트폰은 여전히 서랍 속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 삭제가 얼마나 안전하게 이뤄지는지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는 리사이클링 과정의 비용이다. 회수한 기기에서 배터리를 분리하고, 기판을 꺼내고, 제련소에 넘기기까지의 과정에는 아직 수작업이 많이 남아 있다. 일본의 인건비 수준을 고려하면 해외에서 수입하는 천연자원이나 새 원재료와 가격 경쟁을 할 수 있을지는 자동화와 효율화가 얼마나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다.
셋째는 제도 문제다. 일본 소형가전 리사이클법은 지자체별 회수 규칙을 전제로 한 구조다. 전국 단위의 회수 플랫폼을 만들려면 기존 제도와 충돌하지 않도록 조정이 필요하다.
한 대형 리사이클링 업체 관계자는 “회수량이 늘어나더라도 선별과 처리를 맡는 인증 업체의 처리 능력이 부족하면 병목이 생길 수 있다”며 “시범사업 결과를 제도 설계에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다음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활동에서 경제성 있는 자원 사업으로
이번 시범사업을 일회성 ESG 활동처럼 바라보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 핵심은 특정 국가에 자원 조달을 의존하는 구조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인 공급망 전략이다.
일본이 실제로 자원 강국에 가까운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보조금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리사이클링 자원이 천연자원보다 싸고 안정적으로 조달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시범사업은 그 첫걸음에 가깝다. 소비자가 기기를 집 안에 묵혀두는 심리, 처리 비용, 제도적 장벽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얼마나 해결하느냐가 도시광산을 진짜 자원 공급망으로 키울 수 있을지를 가를 전망이다.
이 움직임은 단순한 환경 뉴스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부품 조달과 향후 자원 가격, 공급 리스크에 직접 연결될 수 있는 물류·자원 인프라의 변화다. 앞으로 제도 설계와 대형 물류기업들의 사업 확대 움직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시범사업은 2027년 1월까지 진행되는 한시적 사업이며, 대상 지역도 홋카이도, 간토, 규슈, 시코쿠 일부에 그친다. 이 단계에서 성과를 앞서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시범사업이 끝난 뒤 환경성이 어떤 데이터를 공개하느냐다. 회수량, 회수 비용, 처리 효율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물류 비용이 얼마나 줄었는지, 집 안에 묵혀 있던 스마트폰과 소형가전이 얼마나 시장으로 나왔는지에 대한 숫자가 중요하다. 이 결과가 도시광산을 보조금에 의존하는 환경정책에서 벗어나, 스스로 돌아가는 자원 사업으로 키울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첫 근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