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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동남아로…일본이 희토류 공급망을 분산하는 이유

비즈니스저널 편집부 | 2026.06.10

출처 : 비즈저널
출처 : 비즈저널

2026년 1월 6일, 중국 상무부는 군사와 민간 양쪽에 모두 활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기술·품목에 대한 대일 수출 관리를 강화하고, 이를 즉시 시행했다.

희토류를 포함한 전략물자가 사실상 수출 심사 강화 대상이 되면서, 일본 제조업은 다시 한번 중국 의존이라는 구조적 위험과 마주하게 됐다.

노무라종합연구소와 다이와종합연구소의 산업연관 분석에 따르면, 중국산 희토류 수입이 3개월 멈출 경우 경제 손실은 약 6600억 엔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1년 동안 완전히 중단되면 손실 규모는 2조6000억 엔에 달한다.

자동차 납기 지연, 가전·전자기기 재고 부족, 그리고 2010년 센카쿠 위기 당시 실제로 벌어졌던 몇 배 규모의 가격 급등. 그 악몽이 다시 현실적인 정책 위험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위기감 속에서 일본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2026년 5월에는 스미토모금속광산이 필리핀산 원료를 활용해 연료전지용 희토류 생산을 약 20%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지쓰도 호주 최대 희토류 기업인 라이너스 레어어스와 손잡았다. 2026년 3월에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를 포함해 호주 안팎의 새 광산 개발을 공동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호주 중심 조달에서 동남아시아 분산 조달로.

일본의 희토류 조달 전략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왜 지금 동남아시아인가

지금까지 일본의 탈중국 전략에서 중심축은 호주였다.

소지쓰와 JOGMEC, 즉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가 2011년부터 공동 출자해온 라이너스는 호주 마운트 웰드 광산에서 채굴하고 말레이시아에서 정련하는 구조를 갖췄다.

이는 중국을 거치지 않는 공급망으로 기능해왔다.

하지만 단일 거점에 집중하는 것 자체도 새로운 위험이 될 수 있다. 이번 동남아시아 전환에는 세 가지 구조적 배경이 있다.

첫째, 우호국 중심 공급망 재편의 논리

경제안보 분야에서 주목받는 것은 우호국 중심 공급망 재편이다. 정치·외교적으로 가까운 국가들과 공급망을 구축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을 낮추려는 전략이다.

이 관점에서 아세안 국가는 일본에 상대적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낮은 지역이다.

친일적인 정치 환경을 가진 베트남과 필리핀은 2010년대 이후 희토류 조달 후보지로 반복해서 검토돼왔다. 다만 기술과 자금 부족으로 개발이 더뎠던 미개척지이기도 하다.

둘째, 중희토류 확보가 급해졌다

이번 움직임이 과거의 단순한 채굴 중심 조달과 크게 다른 점은 전기차 모터에 필수적인 디스프로슘과 테르븀 같은 중희토류 확보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소지쓰는 2025년 10월 호주산 중희토류의 일본 수입을 처음 시작했다. 2026년에는 사마륨을 시작으로 품목 확대를 계속할 방침이다.

라이너스와의 장기 공급 계약도 갱신됐다. 앞으로는 라이너스 생산량의 최대 75%가 일본으로 공급되는 구조다.

셋째, 중국의 수출관리가 여러 겹으로 강화됐다

중국의 수출 규제는 한 번으로 끝난 조치가 아니다.

2023년 8월 갈륨과 게르마늄, 2024년 9월 안티모니, 2025년 4월 사마륨과 디스프로슘 등 7개 원소에 대한 규제 강화가 이어졌다.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가 강화돼온 것이다.

여기에 2025년 10월에는 중국 유래 기술이나 소재를 사용해 중국 밖에서 만든 제품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는 역외 적용이 공고됐다.

이 조치는 이후 미중 정상 협의를 거쳐 2026년 11월까지 잠정 중단됐다. 하지만 이 움직임은 일본에 분명한 현실을 보여줬다.

채굴만 중국 밖으로 옮기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정련’

여기서 다시 확인해야 할 구조적 사실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 IEA의 2024년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희토류 정련량의 91.7%를 차지한다. 미국지질조사국 USGS에 따르면 채굴 단계에서도 중국의 점유율은 약 69%다. 그러나 진짜 병목은 정련 공정에 있다.

연필 한 자루가 제품이 되려면 목재 가공이 필요한 것처럼, 희토류도 채굴한 광석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산화물, 금속, 합금으로 바꾸는 정제 과정을 거쳐야 산업에 쓸 수 있다.

그 가공 공장의 거의 전부가 중국에 집중돼 있는 것이 현재의 현실이다.

채굴지를 중국 밖으로 옮겨도, 정련을 중국에 맡긴다면 의미가 없다.

이것이 이번 동남아시아 전략이 넘어서려는 본질적 과제다.

스미토모금속광산과 소지쓰의 움직임이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단순한 채굴이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등에서 정련 공정까지 포함하는 공급망을 구축하려 한다. 즉, 원료 확보부터 중간 가공까지 이어지는 일관 체제를 노리는 것이다.

‘탈중국 60%’의 현실

일본은 이 문제에 오래전부터 대응해왔다.

2010년 센카쿠 문제 당시 중국 의존도는 약 90%에 달했다. 이후 조달처 다변화와 대체 기술 개발을 거치며 현재는 약 60%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분명 평가할 만한 성과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수출 규제 압력 앞에서 60%라는 숫자는 여전히 취약하다.

첫 번째 벽은 비용이다

동남아시아와 호주에서 희토류를 정제하는 것은 중국산에 비해 비용 경쟁력이 떨어진다.

중국이 수십 년 동안 국가 주도 산업 집적과 환경 비용을 사실상 무시한 가격 설정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현재는 경제안보추진법에 따른 정부 보조금이 경쟁력의 빈틈을 메우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보조금 없이도 자립할 수 있는 산업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두 번째 벽은 중희토류의 지질학적 제약이다

전기차 모터의 내열성을 높이는 디스프로슘, 자력을 높이는 테르븀 같은 중희토류는 주로 중국 남부 장시성이나 미얀마 국경 주변에 치우쳐 있는 이온 흡착형 광상에서 채굴된다.

네오디뮴 같은 경희토류의 대체 루트는 착실히 정비되고 있다. 하지만 중희토류에서는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거의 100%에 가까운 품목이 남아 있다.

소지쓰가 라이너스와 추진하는 협력은 이 중희토류 조달 다변화에 정면으로 대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라이너스는 말레이시아 정련 시설에서 상업 규모의 중희토류 분리·정제를 2025년 중반부터 시작했다. 이는 중국 밖에서는 세계 첫 사례다.

상사와 정부가 다음으로 해야 할 일

민간 상사의 역할은 과거의 자원 매입과 거래에서 완전히 바뀌고 있다.

이제는 현지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 즉 ESG를 고려한 개발과 운영을 주도하는 사업투자형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소지쓰가 라이너스와 JOGMEC 공동 출자 구조를 통해 자본 참여를 이어온 과정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 측에서는 JOGMEC의 고위험 투자자금 제공과 외교적 지원이 필수다.

또 2026년 2월에는 탐사선 지큐가 미나미토리시마 앞바다 수심 약 5700m 해저에서 희토류를 끌어올리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상업 채굴을 향한 로드맵도 빨라지고 있다. 상업화 목표는 2030년 무렵이다.

해저 자원이 실용화된다면 일본은 장기적인 공급 자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또 하나의 탈중국 축으로 놓칠 수 없는 것이 대체 기술 개발이다.

국내외 자동차·전기전자 업체가 추진하는 희토류를 쓰지 않는 모터 기술 개발은 수요 측면에서 의존도를 낮추는 보완 전략으로 매우 중요하다.

조달 다변화라는 공급 측 전략과 기술 혁신이라는 수요 측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위험 분산 전략이다.

‘친환경 공급망’이라는 새 경쟁력

동남아시아를 축으로 한 이번 움직임은 단순히 중국 리스크를 피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 긴 시간축에서 보면, ESG 기준에 맞는 깨끗한 공급망을 확립하는 일은 EV, 반도체, 방위산업에서 유럽과 미국 시장이 요구하는 공급망 투명성과 환경 적합성에 대응하는 일이기도 하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중국산 희토류를 피한 친환경 공급망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 부담이 낮은 정련 공정과 산지의 이력 추적성을 갖춘 일본발 공급 체계는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품질과 신뢰성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중국 의존도 60%에서 벗어나는 일은 하룻밤에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눈앞의 가격만 보는 시각이 아니다.

공급이 멈췄을 때 무엇을 잃게 되는가를 계속 묻는 장기적 전략 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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