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세계 반도체 판도는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이 정체되거나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 방향으로 흘렀다.
보스턴컨설팅그룹과 미국반도체산업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세계 점유율 약 24%에 이르렀다. 한국과 대만을 넘어 세계 1위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미국의 수출 규제라는 강한 역풍을 중국은 어떻게 성장의 동력으로 바꿨을까.
국가 전략, 기술 개발, 공급망 재편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0년 국가 전략의 결과
중국 반도체 도약의 출발점은 2015년 제시된 산업정책 ‘중국제조 2025’다.
당시에는 이상론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면서 그 성과는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의 반도체 생산능력 점유율은 당시 약 12%에서 두 배로 늘었다. 미국의 약 11%를 크게 앞서는 수준이다.
이 성장을 떠받친 것은 정부계 투자펀드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이른바 대기금이다.
수조 엔 규모로 알려진 투자가 설계, 제조, 소재, 장비에 이르는 넓은 영역에 투입됐다.
특히 상징적인 것은 세 기업의 부상이다.
SMIC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다. 성숙 공정을 중심으로 빠르게 규모를 키웠고, 첨단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YMTC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기술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렸고,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확보했다.
CXMT는 D램 국산화를 실현하며 메모리 분야 자급 체제를 구축했다.
이 세 기업을 중심으로 중국은 설계, 제조, 후공정, 소재, 장비를 내부에 담는 반도체 생태계를 빠르게 정비했다.
미국 규제가 만든 뜻밖의 효과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는 AI용 반도체 등 최첨단 영역을 막아 중국의 기술 발전을 억제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특히 엔비디아 GPU 공급 제한은 그 상징적인 조치다.
그러나 중국의 대응은 예상보다 전략적이었다.
미국이 성능을 제한한 중국용 칩 공급을 일부 허용할 여지를 보이자, 중국 정부는 오히려 이를 거부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중국 국내 기업에 국산 칩 우선 채택을 유도하는 비공식 조치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 결과 엔비디아에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였던 중국에서 점유율이 크게 낮아졌다. 반대로 중국 국내 칩 기업의 수요는 급격히 늘었다.
EUV 없이 7나노로 간 중국
반도체 제조에서 가장 큰 병목으로 꼽히는 것은 네덜란드 ASML이 사실상 독점하는 EUV 노광장비다.
미국 규제로 중국은 이 최첨단 장비에 대한 접근을 사실상 차단당했다.
그런데 중국은 다른 길을 택했다.
SMIC는 구세대 장비인 DUV 노광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다중 노광 기술을 활용해 7나노급 반도체를 양산했다. 화웨이 스마트폰 탑재를 통해 실용성도 보여줬다.
이 방식은 비용과 수율 면에서 불리하다고 여겨져왔다. 그러나 중국은 압도적인 자본 투입과 반복 시험으로 이를 극복해가고 있다.
반도체 패권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의 규제는 중국 반도체 산업을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진화를 가속한 측면이 있다.
국가 주도의 자본 투입, 내재화의 철저함, 시장의 강제적 전환. 이 세 가지가 결합하면 산업 구조는 짧은 시간 안에 바뀔 수 있다.
반도체라는 산업의 쌀을 둘러싼 패권 경쟁은 이미 다음 단계에 들어갔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아니다. 중국의 부상을 전제로, 기업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라는 전략 자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