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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로 사람을 이기는 AI가 왜 필요할까"…소니가 노리는 제조업의 다음 레벨

비즈니스저널 편집부 | 2026.06.28

출처 : 비즈저널
출처 : 비즈저널

4월 23일, 과학지 ‘네이처’ 표지에 한 장의 사진이 실렸다.

탁구대 앞에 선 8축 로봇 팔이 일본 프로리그 출신 선수와 랠리를 주고받는 장면이었다.

소니 AI가 발표한 자율형 로봇 시스템 ‘Ace’는 실제 경기 환경에서 엘리트 선수와 프로급 선수들을 상대로 경쟁할 수 있음을 보인 사례로 소개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이런 의문이 나왔다.

“왜 소니 같은 기업이 탁구 로봇을 만들까.”

공장에서 용접을 반복하는 산업용 로봇이나, 물류창고에서 재고를 나르는 자율주행 운반차가 생산성과 더 직접적으로 연결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 자체가 앞으로 제조업이 마주할 본질적 변화를 놓치고 있을 수 있다.

공장 로봇과 피지컬 AI의 차이

기존 산업용 로봇이 잘하는 것은 미리 정해진 좌표로 반복적이고 정밀하게 움직이는 일이다.

사전에 동작을 가르치는 티칭 과정을 거쳐 설정된 값대로 움직인다.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 멈추기 쉽다.

이런 정적인 기계는 균일한 대량생산을 전제로 한 20세기 제조업 모델에는 잘 맞았다.

반면 피지컬 AI는 물리적 환경과 직접 상호작용하며, 사람처럼 유연하고 적응적으로 과업을 수행하는 AI 로봇을 뜻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성과를 내온 기존 AI와는 성격이 다르다.

탁구 랠리는 이 차이를 극단적으로 압축한 실험장이다.

공의 궤도는 상대의 의도에 따라 매 순간 바뀐다. 네트에 맞고 예상 밖 방향으로 튈 수도 있다. 정해진 처리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이길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일은, 물류 현장에서 무너지는 짐에 대응하거나 돌봄 현장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의 움직임을 받아내는 능력을 단련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소니 AI Ace가 보여준 신체성

Ace의 기술적 핵심은 지각, 판단, 제어라는 세 층에 있다.

지각 측면에서는 9대의 고속 프레임 카메라와 3대의 이벤트 기반 시각 센서를 조합했다.

이를 통해 공을 200Hz 빈도로 밀리미터 단위까지 추적하고, 회전은 최대 700Hz로 측정한다.

인간 엘리트 선수의 반응 시간이 대략 230밀리초 수준인 데 비해, Ace의 지각부터 동작까지 걸리는 지연 시간은 20.2밀리초에 불과하다.

이는 단순히 빠르다는 뜻을 넘어선다. Ace는 인간과 다른 시간축에서 세계를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제어 측면의 혁신은 모델 프리 강화학습에 있다.

사전에 짜인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경험을 통해 빠르게 적응하고 판단하는 제어 시스템이다.

Ace는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수천 시간 훈련한 뒤, 실제 탁구대로 그 능력을 옮겼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공을 따로 가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존 탁구 로봇은 회전이나 속도를 낮춘 특수한 공으로 검증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Ace는 국제탁구연맹 공식 규칙에 따른 공인구를 사용했다.

이는 통제된 이상적 환경이 아니라, 실제에 가까운 혼란스러운 현실을 인식하고 처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Ace는 초당 450라디안에 이르는 회전에 대해서도 안정적인 반환 성능을 보였다고 한다.

탁구 전직 프로 선수와 해설자들은 Ace의 샷을 보고, 다른 누구도 칠 수 없는 공이었다며 놀라움을 보였다.

중국 로봇이 하프마라톤 기록을 바꾼 날

피지컬 AI 경쟁은 탁구대 밖에서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4월 19일 베이징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에서는 중국 스마트폰 대기업 아너가 개발한 ‘라이트닝’이라는 로봇이 50분 26초에 완주했다.

이는 인간 남자 하프마라톤 세계기록인 57분 20초보다 빠른 기록으로 보도됐다.

2025년 첫 대회 우승 기록이 2시간 40분 42초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휴머노이드 로봇의 주행 성능은 불과 1년 만에 크게 발전한 셈이다.

이 급성장 배경에는 중국의 데이터 수집 전략이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휴머노이드를 출하하는 기업들이 가정이나 공장을 본뜬 환경에서 로봇을 사람의 원격 조작으로 움직이며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실제 세계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변화에 반응하는 속도가 생산성이 된다

기존 생산성 개념은 같은 일을 빠르게 반복하는 효율에 가까웠다.

하지만 앞으로 제조와 물류 현장에서 더 큰 가치를 갖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즉시 대응하는 민첩성이다.

네이처 논문은 탁구에서 검증한 방식이 제조 로봇이나 서비스 로봇처럼 고속 실시간 제어와 인간 상호작용이 필요한 다른 영역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장면을 떠올려볼 수 있다.컨베이어벨트를 멈추지 않고 불규칙한 형태의 짐을 집어내는 물류 로봇. 불안정한 바닥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고령자를 부축하는 돌봄 로봇. 갑작스러운 노면 변화에 사람 운전자보다 빠르게 반응하는 차량 제어 시스템.

이 모두는 Ace가 탁구대 위에서 보여준 고속 지각, 즉시 판단, 정밀 제어의 루프를 기반 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


쓸모없어 보이는 연구가 경쟁력을 만든다

탁구를 치는 로봇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그것은 정형 처리의 반복에 최적화된 20세기형 로봇이 넘지 못했던 두 개의 벽을 깨기 위한 실험이다.

하나는 0점 몇 초 안에 물리 세계를 인식하고 제어하는 능력이다.

다른 하나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이다.

생성 AI가 소프트웨어 세계를 바꿨다면, 피지컬 AI는 물건이 움직이는 세계의 논리를 바꾸려 하고 있다.

소니가 탁구대 위에서 5년을 투자한 것처럼, 지금 겉으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연구에 투자하는 기업이 몇 년 뒤 제조, 물류,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손에 넣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중요한 질문은 단기 생산성과 장기 민첩성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가 아니다.

앞으로는 변화에 반응하는 민첩성 자체가 가장 중요한 생산성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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