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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대신 장바구니 담고 결제한다…VISA·오픈AI 제휴가 바꾸는 쇼핑

타카노 아키라 | 2026.06.19

출처 : 비즈저널
출처 : 비즈저널

AI가 사람 대신 물건을 고르고 결제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결제 대기업 비자가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전자상거래와 결제, 법적 책임의 기준까지 흔들 변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자는 6월 1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Visa Payments Forum’에서 오픈AI와의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핵심은 AI 에이전트가 사용자 대신 구매와 결제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에이전틱 커머스’ 인프라를 오픈AI 서비스에 결합하는 것이다.

기술적 구조도 구체화됐다. 거래에는 실제 카드번호를 대체하는 토큰화된 비자 인증 정보가 활용된다. 여기에 실시간 부정거래 감지와 승인 절차가 결합된다.

사용자는 미리 이용 한도, 사용 가능한 가맹점 종류, 별도 승인이 필요한 조건 등을 설정한다.

AI 에이전트는 그 범위 안에서만 결제를 완료할 수 있다. 이 제어가 앱 단이 아니라 비자의 네트워크 단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기존 AI 연동 결제와 다른 부분이다.

비자의 최고제품·전략책임자인 잭 포레스텔은 “AI는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술보다 더 깊게 상거래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과장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 사람을 설득하던 쇼핑 화면이 힘을 잃을 수 있다

1990년대 전자상거래가 시작된 이후 온라인 소비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다. 배너 광고, 검색 최적화, 랜딩 페이지 개선, SNS 인플루언서 활용은 모두 사람의 시선과 감정, 판단을 움직이기 위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구매 판단자가 사람에서 AI 에이전트로 바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I가 보는 것은 화려한 화면이나 감성적인 문구가 아니다.

AI 에이전트가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재고 여부, 가격, 배송 기간, 리뷰 점수, 구조화된 상품 데이터다. 브랜드 이미지나 감정적 광고 문구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 업계에서는 AI 에이전트 기반 상거래가 앞으로 몇 년 안에 온라인 소비의 절반가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규모로는 1조 달러 수준이다. 마스터카드와 스트라이프도 AI 에이전트용 결제 인프라를 준비하고 있다.

이 변화는 유통업체와 제조사에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지금까지는 사람에게 선택받기 위한 브랜딩이 중요했다. 앞으로는 AI 추천 알고리즘에 선택되기 위한 데이터 정비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상품 정보 구조화, 재고와 가격의 실시간 제공, 기계가 읽기 쉬운 제품 사양 데이터 정비가 마케팅 투자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 전략 컨설턴트는 “이제 디지털 마케팅은 사람의 주의를 빼앗는 경쟁에서, AI의 판단 기준에 맞는 데이터를 갖추는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소비재 기업은 광고 예산을 어디에 쓸지 다시 논의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설명이다.

■ 결제는 점점 보이지 않는 과정이 된다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결제 수단을 고르는 행위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어떤 카드를 쓸지, 어떤 결제 앱을 선택할지 고민하지 않고, AI 에이전트가 사전에 설정된 조건에 따라 결제를 처리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이때 사용자는 미리 등록한 결제 수단을 기본값으로 설정해두는 정도에 그칠 수 있다. 결제는 화면에서 눈에 띄는 행동이 아니라, 뒤에서 조용히 처리되는 과정이 된다.

이런 변화 속에서 비자가 먼저 움직였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비자는 이미 2025년 4월 ‘Visa Intelligent Commerce’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오픈AI와의 제휴는 그 연장선에 있다.

마스터카드도 AI 에이전트용 토큰 인증 시스템인 ‘Agent Pay’를 준비하며 자체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비자가 오픈AI와 손잡은 목적은 분명하다. AI가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세계에서 결제 통로의 사실상 표준이 되려는 것이다.

비자는 이미 200개가 넘는 국가와 지역에 결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AI 에이전트 시대는 비자 입장에서 기존 경쟁력을 다시 강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자체 포인트와 결제 생태계를 가진 플랫폼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에이전틱 커머스가 확산될수록 사용자가 특정 결제 앱을 직접 여는 경험은 줄어들 수 있다. 자체 앱에서 사용자를 붙잡아 결제 수단 선택을 유도하던 전략이 우회될 수 있다는 뜻이다.

■ AI가 한 구매를 누구의 의사로 볼 것인가

기술보다 더 복잡한 문제는 법과 윤리다.

현재 법이 전제하는 계약은 판단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자유의사로 합의하는 구조다. 그렇다면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한 결제를 법적으로 사용자 본인의 의사표시로 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법조계도 아직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2026년 4월 AI 활용에서의 민사책임 해석 지침을 공개했지만, AI 에이전트의 업무가 복잡해질수록 책임 소재를 일률적으로 나누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보도에 따르면 판례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는 점도 기업이 AI 에이전트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로 꼽힌다.

현재 많은 AI 에이전트는 최종 구매 확정 버튼을 사람이 누르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이 경우 AI는 어디까지나 의사결정을 돕는 역할에 머문다.

하지만 비자와 오픈AI가 상정하는 단계는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 AI가 구매와 결제라는 법률 행위의 완료까지 스스로 수행하는 단계다.

AI 에이전트 자체에는 법인격이 없다. 따라서 민법상 대리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서비스 제공자와 결제 인프라 사업자, 사용자, 판매자가 어떤 책임을 나눠 갖는지 새 기준이 필요하다.

이용 한도 설정은 중요한 기술적 안전장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법적 책임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AI가 데이터를 잘못 이해해 사용자 의도와 다른 상품을 샀지만, 결제 금액은 사용자가 정한 한도 안에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는가, 오픈AI에 있는가, 비자에 있는가, 아니면 판매자에게 있는가.

현행 소비자 보호 제도는 AI의 자율 판단이라는 예외 상황을 충분히 전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해석의 빈틈이 생길 수 있다.

■ 추천 편향과 감시 가능성도 과제

또 다른 문제는 AI의 추천 편향이다. AI가 특정 결제 수단이나 특정 상품을 우선 추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제휴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더 자주 추천하는 구조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알고리즘 편향은 외부에서 감시하기가 쉽지 않다. 사용자는 AI가 왜 특정 상품을 골랐는지 알기 어렵고, 판매자도 선택 기준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

유럽연합의 AI 법은 고위험 AI에 대한 규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에이전틱 커머스가 어떤 범위에서 규제 대상이 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AI가 사람 대신 상품을 고르고 결제하는 시대에는 단순한 기술 경쟁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기업이 투명한 설명 구조와 책임 체계를 마련하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수 있다.

■ 다음 주인공은 거버넌스를 갖춘 기업

자율형 AI와 대리 결제의 결합은 경제 효율성 측면에서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으로 보인다. 소비자는 반복 구매와 비교 검색에 들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기업도 주문, 재고, 결제 처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이 사회 인프라로 자리 잡으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법적 책임의 구분이다. 개발사, 플랫폼, 사용자 가운데 누가 어떤 위험을 부담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는 알고리즘의 투명성이다. AI가 왜 특정 상품을 선택했는지 사후에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는 소비자 보호의 재설계다. AI가 잘못 판단했을 때도 소비자가 기존과 비슷한 수준의 구제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기업 경영진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최신 기술을 도입하는 일이 아니다. AI가 자율적으로 사고파는 시대에 맞춰 법적 리스크 관리와 거버넌스 체계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이 과제를 올해의 경영 의제로 다루는 기업과 뒤로 미루는 기업 사이에는 몇 년 뒤 큰 경쟁력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비자와 오픈AI의 제휴는 이 변화가 먼 미래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실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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