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죽창으로 사이버 공격을 하던 시대에서, AI를 이용한 해커가 기관총처럼 공격을 반복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소프트뱅크그룹 대표이사 회장 겸 사장 집행임원 손정의는 6월 16일 법인 대상 행사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같은 날 소프트뱅크그룹, 소프트뱅크, SB OAI Japan 합동회사는 OpenAI의 AI 기술을 활용한 사이버보안 대책 솔루션 ‘Patching as a Service’ 제공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서비스는 취약점 진단부터 수정 방침 수립, 구현 제안까지 한 번에 지원한다.
전력, 금융, 통신 등 중요 인프라를 맡는 약 3000개 기업 가운데 정부가 기간 인프라 사업자로 지정한 약 300개 기업에 대해, 가능하면 연내 도입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 발표 사흘 전, AI 보안을 둘러싼 또 하나의 중대한 일이 조용히 벌어졌다.
미국 AI 개발사 앤트로픽은 6월 12일 최신 AI 모델 ‘Claude Fable 5’와 ‘Claude Mythos 5’의 모든 고객 대상 제공을 즉시 중단했다.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상 우려를 이유로 외국인의 접근을 제한하는 수출관리 지시를 내린 데 따른 조치였다. 6월 9일 일반 공개 이후 불과 사흘 만에 제공이 중단된 이례적 사례다.
겉으로는 무관해 보이는 두 뉴스는 기업이 직시해야 할 같은 질문을 던진다.
중요 인프라 방어를 외부 AI에 맡기는 위험을 우리는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가.
왜 ‘미토스 5’는 멈춰 섰나
미국 동부시간 6월 12일 오후 5시 21분, 앤트로픽에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다리오 아모데이 CEO 앞으로 보낸 서한이 도착했다.
내용은 며칠 전 공개한 Fable 5와 Mythos 5에 대한 접근을 모든 외국 국적자에게 즉시 중단하라는 것이었다.
규제의 계기는 Fable 5와 Mythos 5를 탈옥시켰다는 주장이다.
보도에 따르면 보안 연구자가 멀티 에이전트 분해, 유니코드 조작, 서사적 프레이밍을 조합한 방식으로 안전 필터를 우회해 x86 리눅스 시스템의 스택 버퍼 오버플로 공격 절차를 출력시켰다고 한다.
이번 중단 대상이 된 Mythos 5는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매우 높은 능력을 갖춘 기반 모델로 개발됐다.
악용 위험을 고려해 앤트로픽은 일반 공개를 보류하고, 미국 정부와 일본 정부, 일본 대형 금융기관 등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제한적 조직에만 접근 권한을 부여해왔다.
Fable 5는 이 Mythos 5에 강력한 안전 필터를 적용해 일반용으로 내놓은 모델이다.
앤트로픽은 명령에 따르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회사는 극히 일부 잠재적 탈옥 가능성이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수억 명의 사용자에게 배포된 상용 모델을 회수해야 한다는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기준이 AI 업계 전체에 적용되면 모든 AI 기업의 최첨단 모델 배포가 사실상 멈출 수 있다고 보고, 제공 재개를 위해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보였다.
주목할 점은 앤트로픽이 그동안 위험한 AI 모델을 정부가 멈출 수 있는 권한 정비를 스스로 주장해왔다는 사실이다. 이번에는 그 국가안보 권한이 자사의 핵심 모델을 향한 셈이다.
소프트뱅크그룹 ‘Patching as a Service’의 실체
소프트뱅크그룹이 제공을 시작한 서비스의 기술적 실체도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Patching as a Service는 취약점 평가부터 수정 계획 수립, 도입 자문까지 일관되게 지원하는 서비스다.
이름에 패칭, 즉 수정 프로그램 적용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지만, AI가 자동으로 모든 수정을 끝내는 서비스는 아니다. 사람으로 구성된 전문팀의 판단을 전제로 한 지원 서비스에 가깝다.
소프트뱅크는 자사가 보유한 약 3000개 시스템 가운데 특히 중요한 700개 시스템을 대상으로, OpenAI의 최첨단 사이버보안 기술 GPT-5.5 Cyber를 포함한 AI로 대규모 취약점 진단을 실시했다.
손정의는 내부 시스템의 안전성에 자신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진단 결과 약 1만500건의 보안 위험이 발견됐다고 한다. 이 가운데 4000건은 조속한 대응이 필요한 취약점이었다.
소프트뱅크 미야카와 준이치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한 번 취약점을 수정한 뒤에도 다른 각도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견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한 시스템 검증에서는 초기 22건의 문제가 발견됐고, 수정 후 재검사에서 11건, 이후 추가 수정을 거치며 7건, 5건으로 단계적으로 줄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AI를 활용한 보안 대책이 한 번 처리하고 끝나는 작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진단과 수정의 반복이라는 점이다.
기술적 배경에는 OpenAI가 2025년 10월 30일 공개하고, 2026년 3월 Codex에 통합해 Codex Security가 된 자율형 보안 에이전트 Aardvark가 있다.
GPT-5를 기반으로 코드 취약점을 찾아내고, 악용 가능성 평가와 수정안 제시까지 하도록 설계된 기술이다.
방어 AI와 자율형 AI의 격차
이번 두 사건은 AI 보안에서 중요한 질문을 드러낸다.
방어에 특화한 AI와 자율적인 공격 능력을 가진 AI 사이의 능력 차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다.
앤트로픽은 Fable 5와 Mythos 5가 거의 같은 모델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Fable 5는 Mythos급 능력을 가진 모델에 안전 필터를 적용해 일반용으로 공개한 모델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채택한 OpenAI의 GPT-5.5 Cyber / Codex Security는 취약점 탐지와 수정 방침 제안에 특화한, 실용성을 중시한 방어 도구로 설계됐다.
반면 Mythos 5는 사이버보안 연구기관 등 제한된 조직을 대상으로 더 높은 능력을 개방한 형태로 제공됐다.
사이버보안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 비대칭성에 대한 복잡한 평가가 나온다.
공격자가 Mythos급 능력을 가진 AI를 활용하기 시작하면, 방어 측도 같은 수준의 도구로 대응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반대로 고도화된 자율형 공격 AI가 퍼지는 것 자체가 새로운 위험을 만든다는 딜레마도 있다.
기업 앞에 놓인 지정학 리스크
이번 사태가 기업에 가장 무겁게 던지는 질문은 AI 서비스의 가용성 리스크다.
이번 조치가 심각한 이유는 피해를 본 쪽이 악의적 이용자가 아니라 정식 계약 사용자였다는 데 있다.
API를 통해 업무 시스템에 Claude를 넣어 쓰던 기업과 개발자는 미국 정부 명령으로 하루아침에 기능을 잃었다. 미국발 AI 서비스는 지정학 리스크에서 자유롭다는 암묵적 전제가 무너진 것이다.
국제안보 전문가인 정치 애널리스트 하타케다 유이치는 이번 앤트로픽 사례를 AI판 반도체 규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프트뱅크그룹의 Patching as a Service 진출은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해법으로 평가할 여지도 있다.
OpenAI 기술을 운영 체계와 결합해 중요 인프라에 제공하는 모델은 순수한 기술 우위뿐 아니라, 국내 구현 지원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기업은 복잡한 선택에 직면한다.
정부의 접근 중단을 걱정하지 않고 자체 하드웨어에서 모델을 내려받아 실행하는 로컬 운용과, 최첨단 추론 능력과 에이전트 기능을 가진 클라우드 API 모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구조 변화의 입구에 선 기업
AI를 활용한 사이버 공격 고도화는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소프트뱅크그룹과 OpenAI가 제시한 서비스의 유효성은 자사 시스템 검증 데이터로 어느 정도 뒷받침된다. 중요 인프라 사업자가 관심을 보이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한편 이번 사태는 기술 채택 판단과 지정학 리스크 평가가 분리될 수 없는 시대가 왔음을 보여준다.
어떤 AI를 쓸 것인가라는 선택은 어느 나라의 정책 리스크를 감수할 것인가라는 선택이기도 하다.
앤트로픽의 조치와 소프트뱅크그룹의 진출은 겉으로는 별개의 뉴스처럼 보인다. 그러나 둘 다 AI 시대의 사이버 방어 체계 재설계라는 같은 흐름 안에 있다.
손정의가 말한 죽창으로 기관총에 맞서는 시대는 끝났다는 위기의식은 정확하다.
그러나 방어용 무기를 조달할 때, 그 무기 자체가 내일부터 쓸 수 없게 될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지는 별개의 질문이다.
기업의 사이버 방어 체계 재구축은 기술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전략과 통치의 문제다.













